전문가들 "금리인상 멈추고 대출규제 풀려야 거래절벽 해소"미분양·주담대 연체율 상승 추세이나 공황매도 가능성 적어
  • ▲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왼쪽부터),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왼쪽부터),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의 여파로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극심한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매매와 전세가격이 동반하락하는 가운데 부동산 빙하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금리 인상이 꼽힌다. 최근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로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또한 수요가 바닥을 보이는 가운데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한 매물만 계속 쌓이면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가격부담의 3가지 요인이 맞물리면서 거래절벽과 가격 하락기가 시작된 것"이라며 "즉 금리인상 국면이 마무리되면서 지역 및 소유자별 대출규제가 대부분 풀리고 가격 부담도 국지적으로 줄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상반기 사이에 매물 해소 등의 변화 조짐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 경기 위축, 집값 고점 인식, 수요자 거래관망 등을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가 오르는 올해 하반기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며 "한동안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기란 쉬운 일이 아닌 만큼 깊은 거래관망 속 저조한 주택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거래절벽과 거래 하락세 등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추가로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평균적인 가격변동률을 예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리인상에 따른 거래절벽과 수요저하가 맞물리면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조사결과 8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중앙가격)은 10억9160만원으로 지난달(10억9291만원)보다 0.12% 하락했다. 국민은행 조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하락한 것은 2020년 9월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아파트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이다. 평균가격이 저가주택이나 고가주택의 가격 변동폭에 의해 좌우되는 것과 달리 중위가격은 정중앙의 가격만 따져 시세 흐름을 판단하는 데 적합하다.

    특히 지난해 30~40대 젊은층의 '패닉바잉(공황매수)'이 몰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지역의 아파트값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가 시행된 5월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또 서울에서는 종전 가격보다 싼 가격에 매매계약서를 쓰는 하락거래가 2722건으로 상승거래(2604건)를 역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의 '패닉셀(공황매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윤지해 연구원은 "패닉셀은 물량이 충분히 공급되는 시장에서 일부 나올 수 있지만, 서울이나 강남권의 경우 신축 공급이 제한적인 만큼 1주택자조차 매도에 나서는 패닉셀 현상은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함영진 랩장은 "연말까지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대출 금리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미분양과 주담대 연체율이 약간 상승하고 있지만 경제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공황매도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은 대출액 규모가 제한적이라 금리가 오르더라도 매월 부담하는 이자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며 "금리인상이 시장에 미칠 영향력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