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선5사, '조선업 재도약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노동이중구조, 조선사·협력업체 '자율·상생협의체'로 해소다단계하도급 개선…청년근로자 이탈방지 위해 지원금 지급2026년 자율운항선박 상용화…특별연장근로 연장 등 지원
  • ▲ 조선소.ⓒ연합뉴스
    ▲ 조선소.ⓒ연합뉴스
    정부가 조선업 원·하청업체의 근로 격차 등 소위 이중구조 문제를 개선하고자 업계가 자율적으로 상생협력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장려금과 금융지원 등 '당근'을 주기로 했다.

    조선업에 유입된 청년근로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지원금을 주고, 하청 근로자에게 원청의 정규직 전환 기회도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오는 2026년까지 자율운항선박을 상용화하고, 2030년까지 고부가가치 선박 점유율을 75%까지 높이는 등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다.

    정부는 19일 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조선업 격차 해소·구조 개선 대책'과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이중구조 개선대책… '자율협약'에 방점

    정부는 먼저 조선업 원·하청의 근로 격차 등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근로자 파업 사태로 부각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하청업체 직원이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원청업체 직원과 거의 같은 일을 하면서도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 문제를 일컫는다.

    고용노동부가 주도한 대책에는 △하도급 개선 △인력난 해소 △산업재해 등 하청 근로자 보호 등의 내용이 담겼다. 원·하청이 자율적으로 이중구조 개선책을 마련하면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는 원·하청 노사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부가 일방적인 규제로 문제를 풀기가 녹록지 않다는 한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초까지 주요 조선사와 협력업체들이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맺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원·하청이 대화를 통해 적정 기성금(공사가 이뤄진 만큼 주는 돈) 지급, 원·하청 근로자 간 이익 공유, 직무·숙련 중심 임금체계 확산, 다단계 하도급 개선 등을 위한 실천방안을 마련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협약에 참여한 기업에 각종 장려금·수당, 금융 지원 우대 등의 '당근'을 줄 계획이다.

    숙련 퇴직자 재고용 장려금, 기술 전수 수당, 계속고용 장려금, 공동이용시설 개선 비용 등 '조선업 상생 지원 패키지 사업'도 신설한다.

    실천협약을 논의하기 위한 '원·하청 상생협의체'는 다음 달부터 가동한다. 협의체에는 정부와 조선사, 협력업체,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제도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함께 실태조사에도 나선다. 정부는 올해 안에 조선업 표준하도급 계약서를 개선하고 내년 상반기 중 하도급 대금 결제조건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내년에 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가 합동으로 하도급 실태조사도 벌인다. 아울러 임금체불 사업장에 대한 기획감독과 직권조사도 진행한다.

    정부는 인력난 해소를 위한 지원책도 내놨다. 조선업에 진입한 청년 취업자의 이직을 막기 위해 3개월 근속 시 100만원을 주고, 1년에 600만원을 적립할 수 있는 '조선업 희망공제'의 대상 인원과 지역을 확대한다.

    임차료·교통비 지원 등 복리후생도 확대한다.

    현대중공업 등이 동반성장을 위해 지난 2016년까지 시행했던 '채용사다리' 제도도 복원한다. 이는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원청의 정규직 전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E-9·비전문취업)를 최우선 배정하고, E-7(숙련기능) 비자로의 변경을 위한 전체 쿼터도 올해 2000명에서 3000명으로 늘린다. 연간 특별연장근로 활용기간도 한시적으로 180일까지 확대한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산재 보호도 강화한다. 조선사별로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 협의체를 구성하고, 산업안전 상생협력 프로그램 참여도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5사,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함께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을 발표한다.
  • ▲ 지난 7월 하청 파업 당시 긴장 감도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연합뉴스
    ▲ 지난 7월 하청 파업 당시 긴장 감도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연합뉴스
    ◇세계 1위 유지… 2030년 고부가선박 점유율 75% 목표

    정부는 국내 조선업계의 세계시장 장악을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도 함께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한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전략'은 차질 없는 생산활동 지원과 미래 조선산업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수주실적이 개선돼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40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 이상의 안정적인 발주량이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말부터 1만명 안팎의 생산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생산·기술분야의 인력 확충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수요 맞춤형 인력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신규 인력의 신속한 현장투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생산인력의 취업과 근속을 촉진하고자 채용지원금(월 60만원) 지급 기간을 현행 2개월에서 내년부터 6개월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미래 선박시장의 주도권 선점을 위한 지원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재 64% 수준인 고부가 선박 점유율을 오는 2030년까지 75%까지 달성하고, 무탄소선박 상용화를 위해 LNG(액화천연가스)선 고도화, 무탄소 선박 기술개발 등을 추진한다. 2026년까지 선원 없이 운항이 가능한 자율운항선박(IMO 3단계)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금융 지원에도 나선다. 최근 조선업 수주 실적 개선으로 급격하게 소진되는 선수금환급보증(RG)의 적기 추가 발급으로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지원한다. 금융기관의 RG 발급 시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일정 부분(대형사 95%·중소형사 85%)을 보증하는 특례보증제도도 운용한다.

    패키지 연구·개발(R&D), 수출상담회, 기자재 A/S 시장진출 등을 지원해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업체의 수출역량도 강화할 예정이다.

    장영진 산업부 차관은 "글로벌 선박시장이 본격적인 회복기에 진입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가진 우리 조선산업에는 기회"라며 "조선업의 초격차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