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 여파… 매수자 자금조달 난항오피스 공실률 역대 최저 수준… 콧대 높아진 매도자3분기까지 거래액 전년比 62% 줄고 거래량도 42% '뚝'"오피스 거래, 연말까지 실종 지속 전망… 재개 여부도 불투명"
  • ▲ 남산에서 바라본 을지로~종로 빌딩. ⓒ정상윤 기자
    ▲ 남산에서 바라본 을지로~종로 빌딩. ⓒ정상윤 기자
    서울시내 상업·업무용 부동산거래가 멈췄다.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높아졌지만 건물가격은 전혀 내려가지 않은 탓이다.

    오피스의 공실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고 임대료는 더 오르고 있다. 가격에 대해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높이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내년에도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거래가 재개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상업용 부동산기업 부동산 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9월 기준 상업·업무용 빌딩과 상가·사무실을 합한 상업용 부동산 거래금액은 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조1000억원보다 61.9% 줄어든 수준이다. 8월 5조6000억원보다도 51.8% 감소했다.

    거래량도 마찬가지로 쪼그라들었다. 9월 기준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전체 부동산 거래의 6.4%에 해당하는 40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65건보다 42.2% 감소했다. 전월 5407건보다는 25.6% 줄었다.

    4분기 중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알려진 광화문 콘코디언빌딩(옛 금호아시아나 사옥)은 자금조달이 어려워 거래가 중단됐다.

    매도 측인 DWS자산운용(옛 도이치자산운용)은 8월 인수금액으로 약 6800억원(3.3㎡당 3700만원대)을 제시하며 마스턴투자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후 레고랜드 발(發) 자금 경색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마스턴 측에서 우선협상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삼동 아이콘 역삼은 매도 측인 M&G리얼에스테이트와 캐피탈랜드투자운용이 3.3㎡당 40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원매자들이 인수를 포기한 경우다.

    서소문동 동화빌딩도 매도 측인 마스턴투자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시티코어 컨소시엄과의 가격 협상이 불발되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해 거래가 무산됐다. 타워8, 남산스퀘어, 용산더프라임 등도 모두 비슷하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실종된 것은 매도자들의 눈높이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으면서다.

    젠스타메이트 부동산 연구소에 따르면 3분기 서울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3.1%로, 2분기 대비 0.6%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임대료는 1.3% 올랐다.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작년 말과 비교하면 2.4%p나 내렸다. 강남권역 공실률이 1.6%로 가장 낮고 여의도는 2.3%였다. 서울 도심(종로구·중구 일대)은 4.9%로 권역 중 높은 편이지만 역대 최저 수준이다.

    심혜원 JLL 코리아 리서치 팀장은 "현재 서울 전체 권역의 매우 낮은 공실률과 제한적인 신규 공급 물량으로 당분간 임대인 우호 시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동안 0%대의 공실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강남과 판교의 넘치는 임차 수요가 도심과 여의도로 이전하는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들을 고려했을 때 몇몇 빌딩에서 오랫동안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던 공실이 해소되는 경우도 관측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금리 인상으로 매수자의 여건이 나빠지면서 아예 거래가 끊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4월 기준금리를 올 1월보다 0.25%p 높은 1.5%로 인상했다. 이는 최저점을 찍었던 0.50%(2020년 5월)와 비교하면 세 배나 오른 수치다.

    한은은 물가 안정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추가 빅스텝(0.5%p 인상)을 포함한 빠른 긴축정책에 발맞추기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부동산 투자업계에선 캡레이트(cap rate, 자본 환원율)와 대출금리, 밸류에이션 격차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캡레이트는 건물 가치 대비 임대료 등 순영업수익을 뜻한다.

    최근 SK리츠가 편입한 종로타워의 매입가는 6215억원(3.3㎡당 3390만원)이고, 캡레이트는 2% 후반대로 알려졌다. 서울 도심 지역의 평균 캡레이트는 3.5% 수준이다. 이 정도로는 이미 연 7~8%대로 올라선 선순위 대출금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내년을 기점으로 '꼬마빌딩(연면적 100~3000㎡ 이하 상업업무용 빌딩)' 급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꼬마빌딩 투자자는 통상 고정금리 3년 기간을 두고 이후에는 변동금리로 바뀌는 고정형(혼합형) 대출을 받는다. 금리 상승기와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맞물려 건물주들의 빚 부담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은 2020년 1분기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해 올해 4분기엔 거래가 모두 멈춰 섰다. 올해 전체 오피스 거래금액은 전년보다 17% 감소한 10조원 수준에 그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 영향에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역마진이 발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 역시 타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연말까지 거래가 하나도 성사되지 않는 건 기정사실이고, 내년에도 언제부터 거래가 재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