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우-DL 등 6개사는 창사 최대 기록10위권 밖에서는 쌍용-코오롱만 '1조 클럽' 진입
  • ▲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아파트. 221213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아파트. 221213 ⓒ연합뉴스
    올 건설경기 체감지표가 12년만에 최악으로 내려앉는 등 건설경기가 악화됐지만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데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수도권·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대형사업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리모델링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한몫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모두 42조원으로 지난해 28조원 대비 50% 증가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120% 넘게 증가한 수치다.

    10대 건설사 모두 1조원을 웃도는 시공권을 따냈으며 이 중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 6개사는 창사 이래 최대 정비사업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10대 건설사를 제외한 업체들의 수주물량을 포함하면 올해 전체 정비사업 수주액은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시공사를 새로 선정하는 대규모 정비사업에 리모델링, 소규모 정비사업 물량이 가세한 데다 원자재 쇼크로 공사비가 오른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괄목한 만한 성장세 속 왕좌를 차지한 곳은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이다. 올해 누적 수주액은 9조3395억원(14건)으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유형별로는 재개발이 8건이고 리모델링도 4건을 수주했다.

    상반기에만 7조원을 수주하며 지난해 실적인 5조5499억원을 뛰어넘었다. 3년 연속 사상 최고 실적과 업계 역대 최대 실적을 동시에 경신하면서 곳간을 채우는 것 이상 의미를 거뒀다는 평가다.

    2위는 막판 몰아치기 수주로 7조원대 실적을 올린 GS건설이 차지했다. 올해 재건축 8건, 재개발 7건, 리모델링 2건 등 총 17건을 수주해 7조1476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GS건설이 도시정비사업에서 7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5년 8조100억원 이후 7년 만이다.

    3위는 대우건설이다. 중흥그룹 체제로 새롭게 출범한 대우건설은 올해 누적 수주액 5조2731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도 3조8892억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창사 이래 최초의 '5조 클럽' 입성이다.

    마수걸이 수주가 5월로 다소 늦었던 대우건설은 상반기 공들였던 흑석2구역과 신당8구역 등에서 물러나며 주춤했다. 그러나 하반기 롯데건설과 격전을 펼쳤던 한남2구역에서 '한남 써밋(SUMMIT)'으로 최종 수주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4위는 4조8943억원을 수주한 DL이앤씨다. 역시 창사 이래 처음으로 4조원을 넘기면서 새 기록을 썼다.

    올해 총 13건을 수주했는데, 이 가운데 12건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다. 순수 정비사업 수주실적으로는 업계 3위다. 특히 조합과 건설사들의 탐색전이 펼쳐져 입찰 여부와 무관하게 참석하는 현장설명회도 선별해 들어가는 등 상위 실적을 쌓은 건설사 중 가장 엄격한 선별수주 기조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5위를 달성한 포스코건설은 리모델링을 중심으로 수주고를 쌓았다. 종전 최대 실적이었던 지난해 4조213억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 수주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수주액 가운데 리모델링(8건)으로만 3조111억원(65.6%)을 수주하며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다.

    6위에는 총 13건, 4조2620억원의 실적을 올린 롯데건설이 이름을 올렸다. 역시 자체 최고 기록이다. 특히 전체 수주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2조3270억원 상당을 서울 사업지로 채우면서 약진했다.

    7위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차지했다. 올해 총 7건을 수주해 2조164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역대 최고 실적은 아니지만, 2021년 달성했던 2조4177억원에 버금가는 실적이다.

    시평 1위인 삼성물산은 1조8686억원(5건)의 수주고로 8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수주실적인 9117억원에 비하면 큰 폭의 증가세이지만, 여전히 정비사업에서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9위는 SK에코플랜트가 차지했다. 올해 총 9건, 1조5207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리모델링, 소규모 정비사업 등으로 수주 영역을 확대한 것이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10위는 올해 1조원대 실적을 올린 HDC현대산업개발(3건, 1조307억원)이 차지했다.

    한편 시평 10위권 밖 건설사 가운데 1조원 이상의 수주실적을 달성한 건설사는 쌍용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이 유이할 정도로 중견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은 저조했다. 메이저 아파트 브랜드 선호 현상이 커진 탓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정비사업은 중견·중소건설사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지만, 금융 위기 이후 해외건설시장이 어려워지자 대형건설사들이 진입하기 시작했다"며 "소비자들이 대형건설사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어 중견·중소사는 입찰 경쟁에 나설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