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車 브랜드 모두 올해 판매 부진1년 이상 출고 대기, 중고차價 급등하기도전기차 경쟁 뜨거워, 현대차·기아 시장 주도쌍용차, KG에 매각. 르노·지엠도 부활 모색
  • 올해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쉽지 않은 시기를 보냈다. 업체들은 부품수급 탓에 생산 차질을 겪었으며, 고객들도 일부 신차의 경우 1년이 넘는 출고 대기기간을 감내해야 했다.

    반면,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다. 현대자동차, 기아는 물론 벤츠, BMW 등 수입 브랜드까지 경쟁적으로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면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당겼다. 

    또한 법정관리 체제에 있었던 쌍용자동차는 KG그룹에 인수되면서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와 한국지엠도 올 초 수장이 바뀐 후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 내년 도약을 준비하는 등 자동차 업계는 올해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냈다. 
  • ▲ 기아 화성공장 생산라인 모습. ⓒ기아
    ▲ 기아 화성공장 생산라인 모습. ⓒ기아
    ◆ 반도체 수급難에 국내·수입 브랜드 모두 고전

    반도체 수급난 여파는 국내는 물론 수입 브랜드에도 큰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량은 126만349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1만536대에 비해 3.6% 감소한 수치다. 

    현재 추세라면 2016년(160만154대), 2020년(161만1218대) 등 연간 160만대 수준은 물론 140만대도 넘기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를 보면 올해 1~11월 수입차 신차등록 대수는 25만3795대로 전년동기(25만2242대)보다 0.6% 증가에 그쳤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2019년 24만4780대에서 2020년 27만4859대, 2021년 27만6146대로 증가하면서 30만대 돌파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반도체 수급난이 겹치면서 지난해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부품 확보가 어렵다보니 차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면서 “고객 주문을 받아도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생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겪으면서 신차 출고 대기기간이 늘어났다. 제네시스 ‘GV80’ 가솔린 2.5 모델의 경우 무려 30개월을 기다려야 신차를 받을 수 있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도 대기기간이 각각 18개월, 16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아이오닉6’는 18개월, ‘아이오닉5’와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도 1년을 넘게 기다려야 출고가 가능하다. 

    신차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중고차에 수요가 몰리면서 중고차 가격이 뛰어올랐다. 일부 신차급 중고차의 경우 신차보다 가격이 오르는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 하반기 들어 반도체 수급난이 다소 완화됐지만 한 때 ‘車테크’, ‘카(Car)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객들이 신차, 중고차 모두 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 
  • ▲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모델들이 美 IIHS 충돌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현대차그룹
    ▲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모델들이 美 IIHS 충돌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현대차그룹
    ◆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 도래, 현대차·기아 경쟁력 입증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경쟁이 단연 두드러졌다. 과거 테슬라 등 일부 메이커에 국한되던 전기차 시장이 주요 업체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뛰어들 정도로 양상이 급변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11월 자동차산업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11월 전기차 내수 판매대수는 15만1322대로 전년동기 대비 68.2% 급증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 전기차 시장을 주도했다. 올해 1~11월 아이오닉5는 2만6688대, EV6는 2만3615대로 2만대가 넘는 판매실적을 올려 같은 기간 테슬라 ‘모델3’ 7289대, ‘모델Y’ 7083대를 압도했다. 

    그 외에 제네시스 ‘GV60’는 5427대, ‘아이오닉6’는 9월 출시 후 3개월 동안 1만232대가 판매됐다. 파생전기차인 ‘G80 전동화모델’은 2605대, ‘GV70 전동화모델’도 2852대로 집계됐다. 기아는 올해 5월 ‘니로 EV’, 9월에는 EV6의 고성능 모델인 ‘EV6 GT’를 선보이면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탑재한 차량들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으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아이오닉5, EV6, GV60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충돌테스트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충돌평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를 획득했다. 

    아이오닉5는 이달 9일 ‘일본 올해의 차 위원회 실행위원회’가 주최하는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에서 ‘올해의 수입차’를 수상했다. 한국 자동차 역사상 일본 올해의 차에서 수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 ▲ 올해 1월 국내출시된 '폴스타2' ⓒ뉴데일리DB
    ▲ 올해 1월 국내출시된 '폴스타2' ⓒ뉴데일리DB
    수입 브랜드들도 전기차 경쟁에 가세하면서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폴스타는 지난해 12월 국내 브랜드 론칭을 했고 올해 1월 첫 전기차 모델인 ‘폴스타2’를 출시했다. 볼보도 2월 브랜드 첫 순수전기차 ‘C40 리차지’와 XC40의 파생전기차 ‘XC40 리차지’를 선보이면서 라인업을 넓혔다. 

    기존 내연기관에 강점이 있던 독일 브랜드들도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벤츠는 지난해 컴팩트 전기 SUV ‘EQA’와 럭셔리 전기 세단 ‘EQS’에 이어 올해 9월에는 비즈니스 전기 세단 ‘EQE’까지 추가했다. 

    BMW는 지난해 11월 플래그십 전기차 ‘iX’를 출시했고, 올해 3월 브랜드 최초 순수전기 그란 쿠페 ‘i4’, 최근에는 7시리즈의 최초 순수전기 모델 ‘i7’까지 선보였다. 

    아우디는 ‘e-트론’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e-트론에 이어 e-트론 GT 콰트로, 고성능 모델 RS e-트론 등을 선보였고 지난 9월에는 ‘Q4 e-트론’, ‘Q4 스포트백 e-트론’을 추가했다. 폭스바겐도 비슷한 시기에 브랜드 첫 전기차 ‘ID.4’를 내세우는 등 전기차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 ▲ 쌍용차는 올해 KG그룹에 매각되면서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뉴데일리DB
    ▲ 쌍용차는 올해 KG그룹에 매각되면서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뉴데일리DB
    ◆ 쌍용차, 결국 KG 품으로…  르노코리아·한국지엠도 반등 모색

    르노코리아, 쌍용차, 한국지엠(쉐보레) 등 이른바 ‘르쌍쒜’로 불리는 국내 업체들도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쌍용차는 KG그룹에 매각되면서 법정관리 체제에서 벗어나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쌍용차는 수년간 판매부진을 겪다가 지난해 6월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올해 초 쌍용차 인수의 유력 후보였던 에디슨모터스가 올해 3월 계약금 1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납부하지 못했고, 일각에서는 청산이나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로 생사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쌍용차 매각전은 이후 KG그룹과 쌍방울그룹이 인수후보로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결국 KG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성공했으며,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9월1일 쌍용차 회장에 취임했다. 

    올해 신차 ‘토레스’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부활의 발판을 마련한 쌍용차는 내년 토레스 기반의 전기차 ‘U100’ 등 전동화 라인업을 강화해 조기 경영정상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기차 후발주자인 만큼 대규모 투자를 통한 전기차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수장과 사명을 모두 변경하면서 ‘뉴 스타트’를 선언했다. 사명은 기존 르노삼성에서 르노코리아로 바꾸었으며,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이 올해 3월1일 취임했다. 

    르노코리아는 르노그룹, 중국 길리그룹과의 협력을 골자로 하는 ‘오로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하이브리드 신차 등 합작 모델을 국내에서 연구개발 및 생산해 2024년 출시할 예정이다. 

    르노코리아는 전기차보다는 우선 하이브리드 모델로 시장 공략을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유럽에서 이미 호평을 받은 ‘XM3 하이브리드’ 모델을 지난 10월 말 국내 출시하면서 하이브리드 위주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올해 한국 출범 20주년을 맞은 한국지엠도 수장이 바뀌었다. 카허 카젬 사장의 뒤를 이어 6월1일 로베르토 램펠 사장이 취임했다. 한국지엠은 올해 창원공장에 9000억원, 부평공장에 2000억원 등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면서 국내 시장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CUV 모델을 창원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시험 생산 중이며, 내년 3월 최대 생산량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한국지엠은 효율적인 브랜드 관리 및 판매 증가를 위해 쉐보레, 캐딜락, GMC 브랜드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킨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달 2일 한국사업장 최고 마케팅 임원(CMO)에 정정윤 전 국내영업 본부장을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