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소비위축' 글로벌 경제 '휘청'이재용 회장 경영 전면 등장,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뉴삼성 키워드 '상생-기술'…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 잰걸음
  • ▲ 이재용 삼성 회장 ⓒ삼성
    ▲ 이재용 삼성 회장 ⓒ삼성
    올 한해 글로벌 경제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갈등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역대급 불확실성에 봉착했다. 여기에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덮쳤다. 이에 미국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은 초고속으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며 소비위축과 고용한파 등 파급력이 이어졌다. 

    이 같은 위기는 삼성도 피해가지 못했다. 삼성의 대표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은 하반기 들어서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DS(반도체) 부문 매출 23조200억원, 영업이익 5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8%, 49.1% 감소했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 회장은 8.15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 된 이후 조직을 추스리는 한편 기업 본연의 역할에 다하는 데 힘을 쏟았다. 재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뉴삼성' 구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삼성의 키워드는 '상생-기술'로 요약된다. 우선 상생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동행 철학을 강조해 온 이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 

    이 회장이 지난 10월 첫 현장 경영 행선지로 광주 지역 협력업체를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장이 제시하는 '동행'은 단순히 '파이'를 나누는 '배려와 양보'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역량'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파이' 자체를 키워 더 크게 나누자는 의미가 담겼다.

    삼성은 전자산업의 불모지에서 사실상 맨손으로 시작해 맹렬한 추격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제 삼성은 기존의 시장을 장악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퍼스트 무버'의 입장으로 바뀌었다.

    기존 시장에서 1등이 되는 차원을 넘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근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새로운 상황인 것이다.

    작지만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중소기업은 물론 협력업체, 그리고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기초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두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동행'이야말로 삼성이 새로운 미래시장을 개척하고 초격차를 확대하는 근원적인 힘이라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이재용 회장의 '동행' 철학은 삼성의 경영에 넓고 깊게 녹아 들었다.

    삼성전자는 ▲청년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해 취업 기회 확대(SSAFY)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을 외부로 확대해 청년 창업 지원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등의 CSR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삼성이 지금 여건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각자의 가능성을 키워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는 취지다. 이 회장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풀고 삶의 조건도 같이 개선함으로써, 삼성이 '미래로 가는 길을 함께하는 신뢰받는 동반자'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초격차' 경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대외 활동을 펼치면서 지속적으로 '기술력 확보'를 강조해 왔다. 지난 8월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지난 6월에는 유럽 출장을 다녀온 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언급,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8년에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에도 직접 참석해 '기술 중시 경영 행보"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 회장은 '국제기능올림픽'의 최상위 타이틀 후원사인 삼성전자를 대표해 이번 대회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술을 선보이며 '기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선수단을 격려하고 수상자에게 메달도 직접 수여했다.

    이 회장은 전무 시절인 2009년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이 열린 캐나다 캘거리 대회장을 방문해 경기장을 둘러보고 선수들을 격려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제조업의 힘은 역시 현장이다. 우리나라는 결국 제조업이고 다른 나라보다 위기를 빨리 극복해가는 것은 산업 구석구석에 있는 기술인력의 저력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기술 인력 후원은 회사가 잘 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이 모두 잘 살도록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젊은 세대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사회에 나올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기술인재 양성'의 사회, 경제적 효과를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09년 국제기능올림픽 이후에도 기술인재에 대한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부사장 시절인 2010년 9월 국내 공업고등학교 교장단을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 초청해 기술 인력 육성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앞으로도 성실하고 능력 있는 기술인재들은 학력에 관계없이 우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 사장이었던 2011년 11월에는 런던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한 삼성 선수단을 KBS 홀에서 열린 삼성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 공연에 초청해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격려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9월 멕시코·파나마·캐나다·영국을 시작으로 12월 중동·베트남 등 해외 방문해 현장경영과 인적 네트워크를 복원했다. 

    또 한국을 들린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회동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