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LNG 가격 폭등에 미수금 급증… 사실상 '적자'회계상 '미수금'은 자산… 영업손실 아냐, 배당해야난방비에 힘든 국민들, 배당금 논란에 어리둥절
  • ▲ 도시가스 계량기 ⓒ뉴데일리
    ▲ 도시가스 계량기 ⓒ뉴데일리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상승으로 한국전력은 30조원의 적자를, 한국가스공사는 9조원의 미수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뉴스를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든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한전은 적자라고 표현하는데, 가스공사는 왜 미수금이라고 표현하는 것인지 말이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폭등으로 가스공사가 재무위기를 겪는다는데, 회계상으로는 영업이익 흑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게다가 정부에 배당금까지 준다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가스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8585억원으로 전년도(2021년) 영업이익인 1조2397억원보다 50%쯤 늘었다.

    가스공사가 사실상 적자에 해당하는 9조원의 미수금이 발생했음에도, 회계상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이유는 특이한 회계처리 방식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무제표에는 손실분에 대한 적자가 표기되는데, 가스공사는 회계상 적자를 '미수금'으로 표기한다. 적자와 미수금의 성격은 손실을 봤다는 면에서 같지만 회계상으로는 다르다.

    미수금은 언젠간 돌려받을 돈을 의미한다. 지금 내 손에는 없는 돈이지만, 나중에 돌려받을 돈이기 때문에 자산으로 분류한다. 회계상으로는 흑자가 발생하는 구조다. 흑자가 발생했으니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수금' 제도 도입 원인은 '원료비 연동제'

    공공기관 중 미수금이라는 특이한 회계 방식을 택한 곳은 가스공사가 유일하다. 가스공사가 이런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원료비 연동제' 때문이다.

    원료비 연동제는 쉽게 말해 원가를 판매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1998년 8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LNG 도입가격 등이 원료비의 3% 내외로 변동이 있는 경우 두 달에 한 번 홀수월에 가스요금을 변동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제안정화라는 명목으로 공공요금을 동결시키면서 원료비 연동제가 중단됐다. 이 기간 국제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2008년 3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발생한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5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료비 연동제를 다시 재개했고 2017년 미수금은 모두 회수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원료비 연동제를 다시 중단하면서 미수금은 2020년 말 1941억원에서 2021년 1조7656억원, 지난해 9조원으로 폭증했다. 올해 1분기에는 최대 12조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2021년 3월 산업용 도시가스에는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주택용(민수용)에는 적용을 유보했다.

    한 회계사는 "가스공사가 악의적으로 미수금을 이용해 회계 꼼수를 부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료비 연동제라는 제도 때문에 이런 회계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며 "원료비 연동제를 적용하지 못하면서 미수금이 발생한 것인데, 회계 관점에서 보면 이를 적자로 처리해버리면 마이너스가 많이 발생해 왜곡이 된다. 사실 원료비 연동제를 적용하면 간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스공사, 배당은 고민… 회계방식 개편은 "NO"
  • ▲ 한구가스공사 본사 ⓒ연합뉴스
    ▲ 한구가스공사 본사 ⓒ연합뉴스
    문제는 난방비 폭탄으로 인한 국민감정 악화와 배당이다. 가스요금은 지난해 4차례에 걸쳐 42%나 인상되면서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들이 화들짝 놀라고 있다. 야당은 난방비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주장하면서 논란을 촉발하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가스공사는 회계상으론 영업이익이 발생하면서 이달 중 배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민심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매년 2월 정부배당협의체와 배당규모를 결정하고 3월에 주주총회를 열어 의결한다. 가스공사는 회계상 지난해 1조8585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가 회계상 손실이 없을 때 매년 순이익의 23~40%를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기획재정부와 한전에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가스공사 지분 26%, 한전은 2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배당금 지급이 논란이 되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배당금은 공공 경영 평가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국민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니, 개선할 수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스공사 역시 해명자료를 내고 "공사의 배당은 영업이익 뿐만 아니라 미수금 및 차입금 규모, 부채비율, 가스요금 인상으로 인한 국민 부담 가중 등 다각적인 측면을 검토해 정부와 협의 후 결정한다"고 밝혔다.

    배당금 문제와 더불어 물가관리 제도로 전락한 '원료비 연동제'를 원래 취지대로 적용할 수 없다면, 가스공사의 미수금 회계처리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대를 기록한 상황에서 정부가 마냥 공공요금을 인상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회계방식 개편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는 회계방식 변경을 검토하는 것도 없고, 지금의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며 "(미수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선) 생각을 안해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