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4월 맥주 酒稅 ℓ당 30.5원↑… 물가안정 역행?종가세→종량세 과세체계 개편… 물가 따라 매년 조정논란 예견하고 탄력세율 적용 추진… 형평성 문제로 국회서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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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와 맥주 가격이 또 인상될 예정이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힘든 국민들에게 '서민 술'로 인식되는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가안정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상반기 중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하라고까지 한 상황에 기획재정부는 왜 하필 지금 주세를 인상한 것일까?

    ◇종량세로 '4캔 만원' 하던 맥주… 이번엔 주세 인상 주범?

    기재부는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을 리터(ℓ)당 30.5원, 탁주는 1.5원 인상키로 했다. 이에 따라 맥주에 붙는 세금은 ℓ당 885.7원, 탁주는 44.4원이 될 전망이다.

    주세의 과세체계는 법인세나 소득세 등 다른 세목과는 큰 차이가 있다.

    주세에는 종량세와 종가세 방식이 있다. 맥주와 탁주는 종량세 방식을 택하고, 소주와 와인, 위스키 등은 종가세 방식으로 과세한다.

    종가세는 주류 제조업자가 제품 출고 시의 주류가격 또는 주류 수입업자가 수입신고 하는 주류가격에 주종별 세율을 곱해 주세를 산출한다. 종가세는 주류가 동일하더라도 주류가격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2020년까지는 맥주도 종가세를 적용해 주류가격에 72%의 세율을 적용했다.

    반면 종량세는 주류의 양에 주종별 세율을 곱하는 방식이다. ℓ당 일정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A맥주는 1500원, B맥주는 2000원이더라도 똑같이 1ℓ를 출고했다면 주세는 똑같이 부과된다.

    대신 종량세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주세가 매년 조정된다. 기재부는 지난 2021년 종량세를 도입한 뒤 지난해 맥주 세금을 ℓ당 20.8원 인상했고 올해는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5.1%의 70%에 해당하는 3.57%를 적용해 30.5원을 인상할 예정이다.
  • ▲ 지난 2019년 한 편의점에서 수입맥주 4캔에 1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지난 2019년 한 편의점에서 수입맥주 4캔에 1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맥주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된 이유는 수입맥주와의 차별 문제 때문이었다. 당시 수입맥주는 '4캔 만원'이 가능했지만, 국산맥주는 불가능했는데 이는 종가세를 적용받는 것이 원인이었다.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할 때 신고하는 주류가격에 관세를 과세표준으로 해 주세를 매겼지만, 국산맥주에 대해선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익을 모두 합친 것을 과세표준으로 주세를 부과하면서 국산맥주의 가격이 더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맥주에 대해 '종량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고 결국 법이 개정됐다.

    소주의 경우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면, 같은 증류주인 위스키에 적용하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종량세 전환에서 제외됐다. 

    ◇주세 인상 논란에… 정부 "조세형평성 때문"

    논란은 고물가 시기에 굳이 국민 부담을 높여가며 주세를 인상하냐는 것이다. 올해 인상분은 지난해보다도 46.6%나 높다. 사실 정부도 지난해 물가가 고공행진하자, 이같은 논란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맥주와 탁주에 대한 탄력세율을 물가상승률 100%에서 50~150%로 폭넓게 적용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타 세목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었고, 결국 70~130%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맥주와 탁주에 대한 주세를 물가상승률의 70%만 적용해 인상했다.

    일각에선 고물가를 고려해 유류제품처럼 탄력세율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주세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기재부는 형평성 문제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태도다.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의 석유제품은 모두 종량세를 적용해 경기 상황에 따라 탄력세율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주세의 경우 맥주와 탁주에만 종량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일괄적인 조정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만약 고물가를 이유로 맥주와 탁주의 세율을 동결시킨다면 종가세를 적용하는 소주와 와인, 위스키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정부로선 임의대로 손대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법 개정을 통해 주세의 과세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맥주와 탁주에 대한 탄력세율 법안이 통과되고 이제 겨우 한 달 반이 지났다. 법 개정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며 "다만 여러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 법 개정 필요성이 나온다면, 논의를 통해 검토는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