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통신장비 사업 진두지휘5G 이후 차세대 통신분야 대비… 기술선점 우위 확보전장사업 통해 미래차 시장 정조준… M&A 추진 주목
  • 삼성이 전장 및 통신사업에 힘을 싣고 있어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나서 적극 육성하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의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를 통해 전장 및 통신사업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미국 1위 통신업체 버라이즌과 맺은 7조9000억원 계약한 이후 최근에는 미국 제4 이동 통신사업자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와 5G(5세대 통신) 초도망 개통을 완료하며 미국 전역으로 본격적인 대규모 5G망 구축에 나선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이동통신사업자 'NTT 도코모(NTT DOCOMO)'에 5G 이동통신장비 공급을 확대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5G를 중심으로 한 통신장비 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낙점하고 직접 챙기는 분야다.

    이 회장은 3G 이동통신이 대중화하고, 4G 서비스가 시작된 2011년부터 5G 기술연구를 전담하는 '차세대 통신 연구개발 조직' 신설을 지시했다. 이후 이 회장은 삼성전자가 5G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빠르게 키울 수 있도록 ▲전담조직 구성 ▲연구개발 ▲영업·마케팅까지 전 영역을 지휘하고 있다. 

    특히 사업 확대에 있어 이 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주요한 역할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2018년과 2019년 일본을 직접 방문해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만나 5G 네트워크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NTT 도코모와의 통신장비 계약 당시 통신사 CEO와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협상을 진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는 일본 NTT 도코모 본사에서 경영진을 만나 일본 5G 조기 확산과 서비스 안착을 위한 상호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5G 이후 차세대 통신분야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7월엔 '6G 백서'를 통해 차세대 6G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통신장비 사업이 이재용 시대의 '플래그십 사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삼성은 전장사업을 통해 미래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전자(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OLED(삼성디스플레이), MLCC(삼성전기), 배터리(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들이 사업에 나서며 미래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첨단 5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미국 AI 반도체 전문 기업 '암바렐라(Ambarella)'의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생산하는 반도체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ADAS)에 탑재되는 암바렐라의 최신 SoC(System on Chip) 'CV3-AD685'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2025년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2021년에는 차량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를 출시해 이미센서 제품 라인업을 확충했으며, 같은 해 LED 광원 기술을 집약한 차량용 LED 모듈 픽셀 LED를 내놓으면서 지능형 헤드램프(ADB)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 인수한 하만은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만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3조2100억원, 8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5%, 46.6%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4분기도 전장사업 매출 증가와 견조한 소비자 오디오 판매로 영업이익 3700억원을 기록, 2개 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만은 최근 코로나19,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 등 어려운 외부 환경에도 강점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하이엔드 차량 중심으로 확대했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디지털 콕핏'을 비롯해 커넥티비티, 디스플레이 관련 수주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하만은 "올해 오디오 사업의 경우 차별화된 제품과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매출을 확대하고, 전장 사업의 경우 디지털콕핏과 카오디오 중심으로 수주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모든 전자제품에 적용돼 '전자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IT 수요 약세 및 고객사 재고 조정 악재에도 고부가 MLCC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전기차 시장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출하량이 늘었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여기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인 ADAS에 적용 가능한 전장용 반도체 기판(FCBGA)을 개발하고 하이엔드급 전장용 반도체 기판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

    이번에 개발한 FCBGA는 고성능 자율주행(ADAS)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기판으로 전장용 제품 중 기술 난도가 높은 제품 중 하나다. 삼성전기는 하이엔드급 전장용 반도체 기판 글로벌 1위 도약을 위해 이번 제품을 글로벌 거래선에 공급하고 전장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번 제품은 자동차 전자 부품 신뢰성 시험 규격인 AEC-Q100 인증을 취득해 자율주행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바디, 섀시, 인포테인먼트 등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경쟁사들과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향후 M&A(인수합병), 지분 투자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전장부품사 하만 인수 이후 굵직한 빅딜이 없는 상태다.

    M&A를 위한 실탄도 충분하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사내 유보금은 145조65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유보금을 M&A에 실탄으로 사용할지 여부에 지속적인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월 CES에서 "M&A는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 사업의 발전을 위해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