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HMM 지분 매각 자문사 선정 착수산은·해진공 보유 지분 가치 4.5조 수준HMM 2022 기준 보유 현금만 14조 육박2조7천억 규모 영구채 해결도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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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의 민영화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적정 몸값 책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전날 HMM 경영권 매각 관련 용역 수행기관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을 각각 20.69%, 19.96%를 보유한 1·2대 주주다.

    HMM은 옛 현대상선이 모태다. 2013년 말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 발생 이후 자율협약 등을 거쳐 2016년 7월 출자전환을 포함한 유상증자로 산은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듬해엔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진해운이 파산하며 국내 유일의 국적 해운사가 됐다.

    HMM은 코로나19 기간 급상승한 해상운임에 힘입어 2020년 980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10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이어 2021년 7조3775억원, 2022년 9조9455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 달성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HMM의 경영정상화를 고려할 때 해운업 업황이 더 나빠지기 전 산은이 매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21년 초 5109.6까지 치솟았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들어 1000 아래로 떨어지며 해운업 피크아웃(고점 후 하락)이 현실화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의 이례적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는 역설적으로 HMM의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산은과 해진공의 합산지분 40.65%에 대한 지분 가치가 이미 4조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HMM 주가는 실적 회복과 함께 고공행진해 2021년 한때 2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현재는 주가가 다시 내렸지만, 전일 기준 시총이 10조9545억원으로 여전히 덩치가 커 산은·해진공 지분을 매입하려면 4조4530억원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HMM의 2조6798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고려하면 매각 대상 지분은 더 늘어난다. 산은과 해진공은 향후 HMM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 중으로, 주식전환 시 시장 유통주식 수보다 많은 5억3578만주가 쏟아지게 된다.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 전량을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이들의 HMM 지분율은 71.68%로 더욱 확대된다. 산은과 해진공은 과거에도 전환가액 5000원보다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배임이라며 주식전환청구권을 적극 행사해왔다. 2021년 6월 산은은 3000억원, 같은 해 10월 해진공은 6000억원 규모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수조원의 평가이익을 실현했다.

    올 10월에도 HMM에는 4000억원의 CB와 6000억원의 BW 등 총 1조원의 영구채 만기가 도래한다. HMM은 만기 시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항’을 고려해 조기상환을 요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산은과 해진공이 주식전환을 요청하는 경우 주식으로 전환해 줘야 하므로 HMM의 조기 상환권이 무력해질 수 있다.

    문제는 또 있다. HMM이 보유한 지난해 말 기준 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총 14조68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인수자로서는 산은·해진공의 HMM 지분 전량을 사들인 후 HMM이 보유한 현금으로 인수금액을 회수하고도 남는다.

    즉, 4조~5조원에 이르는 몸값이 인수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지만, HMM이 보유한 현금을 감안하면 헐값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황이 하락세인 점을 고려하면 4조원이 비싸고, HMM이 보유한 현금을 보면 반대로 4조원은 너무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가 매각가를 논하기 전에 영구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HMM 경영권 매각 자문단으로 매각자문, 회계자문, 법무자문 각 1개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인수 후보로는 현대차그룹, CJ그룹, LX그룹, 삼성SDS, SM상선 등이 대상으로 꼽힌다. 아직 인수의향을 공식화한 곳은 없으며, 공개적으로도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