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행정경험 활용‧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목적㈜효성,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등 관료 출신 대거 영입일각선 “전문성 보다 바람막이 역할 불과”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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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대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사진 강화에 한창이다. 경제‧법조 관료 출신들을 영입해 경제 및 산업 전반에 풍부한 행정 경험을 활용하고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의 지주사 ㈜효성은 오는 17일 정기 주총을 열어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소영 전 대법관, 조병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새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유일호 전 부총리는 18∼19대 국회의원, 2015년 국토교통부 장관을 거쳐 2016∼2017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2020년부터 법무법인 클라스 고문을 맡고 있으며, 현재 삼성생명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성윤모 전 장관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과 특허청장에 이어 2018∼2021년에 산업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2021년부터는 중앙대 석좌교수를 지내고 있다. 

    김소영, 조병현 신임 사외이사 내정자는 법조인 출신이다. 사법시험 첫 여성 수석 합격자이자 헌정 사상 네 번째 여성 대법관 출신으로 알려진 김소영 전 대법관은 현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맡고 있다. 조병현 사외이사 내정자는 서울행정법원장, 대구·대전고등법원장, 서울고등법원장을 차례로 역임했고,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풍부한 경험과 학식을 갖춘 전문가들로 회사의 성장과 ESG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사외이사 선임 배경을 밝혔다. 

    한화그룹의 ㈜한화는 전 서울남부지검장을 지낸 권익환 변호사를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한다. 해당 안건은 오는 29일 정기 주총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한화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그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서울 여의도고 동기동창이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동시에 김승연 회장의 40년 지기인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퓰너 회장은 아시아 전문가이자 친한파로 통하는 인사로 1973년 정책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 설립에 참여한 후 2013년까지 회장을 지냈다.

    한화시스템은 구본선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구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검찰청 차장검사, 광주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내고 현재 구본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있다.

    ㈜한화 관계자는 “퓰너 회장은 미국의 대표적인 경영·사회·산업·정치 분야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설립자로서 글로별 경영 환경과 미래 사업 방향성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갖고 있다”며 “퓰너 회장이 ㈜한화를 비롯한 한화그룹의 글로벌 사업 확장과 미래 전략 사업 추진에 있어 효과적 조언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오롱은 오는 28일 정기 주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기획관리실장 역임한 장다사로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그는 1979~1983년까지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이상득 전 국회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들의 경제 및 법조 출신 관료들의 사외이사 영입을 두고 전문성 확대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년간 해당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며 주요 정책을 추진해온 만큼 회사의 경영 감독 등 성장 방향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더불어 법조 출신 관료의 경우 지배구조 투명성과 독립성 강화 및 주주가치 제고 등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국내기업 상당수가 ESG 가운데 G(Governance‧거버넌스) 측면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영입을 두고 외풍을 막아 줄 바람막이 역할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너가 재판 중이거나 정부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들은 전직 관료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기업들이 관료 출신 인사들을 임원으로 영입했지만 최근에는 사외이사로 기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고위 관료 출신들은 해당 분야에서 오랜 시간 전면에서 전문가로 활약해 옴에 따라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