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다음 주 2분기 전기료 인상 여부 발표30일 주택용 누진제 대법 선고… 산업용도 논란발전소 주변 할인해주는 차등제 내년 도입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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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계량기 ⓒ뉴데리
    다음 주가 전기요금 개편의 분수령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올 2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다음 주 후반에 발표된다. 이어 오는 30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부당하다는 민사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 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전력은 지난 16일 2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위한 연료비 조정단가 내역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원래대로라면 21일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했어야 하지만, 산업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의가 늦어지면서 다음 주 중으로 발표 시기가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고민하는 지점은 '물가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상반기 공공요금 인상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32조6034억 원의 적자를 낸 한전의 재무상황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전의 정상화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물가안정도 생각해야 하는 정부로선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민들의 전기요금 급등에 대한 불만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총 19.3원, 올해 1분기에도 ㎾h당 13.1원 각각 인상했다.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국민 입장에선 겨울 '난방비 폭탄'에 이어 여름에도 '전기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이 한가득이다.

    이런 가운데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대표발의 했다. 해당 법안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핵심이다.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등이 밀집한 지역의 전기요금을 할인해주고, 송변전시설 등을 많이 이용하는 수도권에 대해선 전기요금을 더 부과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11월 발의된 후 지난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다. 의원 발의 법안치고는 이례적으로 빨리 처리되는 모습이다. 그만큼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법안은 올 상반기 중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법 효력은 공포 후 1년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0일에는 대법원 2부와 3부에서 박모씨 등 265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 3건의 상고심 선고기일이 예정됐다. 이들은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원고 패소판결이 난 상황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기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장 많은 요금체계 중 하나다. 전기사용량을 절감하고 전기를 많이 쓰는 소비자와 덜 쓰는 소비자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1973년 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도입된 누진제는 처음에는 사용량에 따라 12단계의 누진요금을 적용하다가 2016년부터는 3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일반 주택에서 쓰는 저압과 대단지 아파트에서 쓰는 고압으로 나뉜다. 저압 기준 0~200㎾h 구간은 ㎾h당 112원, 200~400㎾h 구간은 ㎾h당 206.6원, 400㎾h 초과는 ㎾h당 299.3원을 각각 부과한다.

    고압 기준은 0~200㎾h 구간은 ㎾h당 97원, 200~400㎾h 구간은 ㎾h당 166원, 400㎾h 초과는 ㎾h당 234.3원을 각각 부과한다.

    그러나 이런 요금체계는 여름철마다 요금폭탄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전국 각지에서 주택용에만 누진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소송이 줄지어 제기됐다. 대부분 판결에서 소비자는 패소하고, 한전이 승소했다. 한전의 전기요금 약관이 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8년 6월 서울중앙지법은 홍모씨 등 시민 5000여 명이 제기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서 "전력 공급의 특수성과 정책적 필요성, 누진제를 도입한 외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약관에서 정한 원가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오는 30일 나올 대법원 선고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는 시각이 많다.

    산업부는 지난해 9월 산업용 전기에 대해서도 누진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생산원가의 60%쯤으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 등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본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 적용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는 일정 부분 있어야 한다"며 "전기는 필수재적 성격도 있지만, 일정 사용량을 넘기면 사치재 성격도 존재하기 때문에 누진제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산업용은 누진제 적용이 곤란하다. 기업마다 매출과 생산규모가 다른데 이런 것을 고려해 누진제를 만들 수 없다"며 "산업용 전기는 생산요소 중 하나라는 측면에서 누진제로 가격을 달리 적용하면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