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미 에너지부에 '체코원전 수출' 신고했다가 반려 당해사실상 美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와 손잡아야 수출 가능한 처지한수원 "최대한 협력이 최선"… 원전수출 때마다 '불편한 콜라보' 우려
  • ▲ 한수원 ⓒ연합뉴스
    ▲ 한수원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을 미국 정부에 신고했지만, 반려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으로선 한미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의 원자력전문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 울며 겨자 먹기로 콜라보를 진행해야 할 처지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에 군더더기가 붙는 양상이다.

    5일 알려진 바로는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23일 미 에너지부에 한수원의 체코 원전 사업 입찰과 관련한 내용을 제출했다. 미국 연방 규정(제10장 제810절)에 특정 원전 기술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미 에너지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상 체코는 미국이 원전 수출을 일반적으로 허가한 국가로 분류된다.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려는 기업은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 30일 이내에 신고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 에너지부는 지난 1월 19일 한수원에 "규정에 따라 에너지부 신고는 미국인(또는 미국법인)이 제출해야 한다"며 신고를 반려한다고 통보했다. 미국 수출통제 이행 의무는 미국 기업에 있단 의미인 셈이다. 이는 돌려말하면 한수원이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사실상 미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APR1400)에 자사 기술이 쓰였다며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하며 경쟁자인 한수원을 견제하는 바람에 우리가 400억 달러 규모의 폴란드 1단계 원전 수주에서 쓴잔을 맛봤다는 분석도 제기됐었다.

    미 에너지부의 통보로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불편한 콜라보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워 사실상 소송전에서 웨스팅하우스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웨스팅하우스는 한때 세계 1위 원전기업이었지만, 현재는 독자적인 원전 시공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의 경우 웨스팅하우스가 미 정부 허가를 받아 한국에 수출한 기술로 한수원이 한국형 원전을 만든 만큼 해당 기술을 체코 등 제3국에 이전할 때도 미국의 수출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태도다.

    한수원의 입장은 다르다. 원전 개발 초기에는 기술개발에 도움을 받았을 지 몰라도, 체코에 수출하려는 원전 기술은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모델이기 때문에 미국의 수출통제도 받지 않는다는 견해다.

    다만 한수원은 체코 원전을 수출해야 하는 처지에서 웨스팅하우스와 날을 세워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웨스팅하우스에 서로 만족할 만한 해법을 도출하자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은 "양사 간 소송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하라는 미 에너지부의 요청을 수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결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 계획에 적잖은 변수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한수원이 한국형 원전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와 소송을 벌이는 상황에서 사실상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편을 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수원으로선 비슷한 수출 사례에서 웨스팅하우스와 '불편한' 콜라보를 진행해야만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앞선 폴란드 수주 사례처럼 체코 원전 수출이 좌절되면서 임기 내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을 거란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