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실리콘-웨이퍼-셀-모듈’글로벌 태양광 가치사슬 84% 이상 중국산‘규모의 경제’ 통한 저가 공세 원인… 국내시장도 잠식미국-유럽 등 자국 산업 보호 나서… 한국은 무방비 상태
  • ▲ 한화큐셀 진천공장 항공촬영. ⓒ한화큐셀 제공
    ▲ 한화큐셀 진천공장 항공촬영. ⓒ한화큐셀 제공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태양광 패권’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국내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어, 미국 등 선진국처럼 자국 산업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웨이퍼-셀-모듈’ 순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가치사슬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기준 모듈 74.7%, 셀 85.1%, 웨이퍼 96.8%, 폴리실리콘 79.4%는 중국산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태양광 주요 제품 10개 중 8개는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태양광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규모의 경제, 즉 압도적 물량으로 싼값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가격경쟁력의 핵심은 중국의 낮은 전기요금으로 꼽힌다. 중국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약 60%가 석탄화력으로 생산한 전력이며, 폴리실리콘의 경우 실리콘을 정제하는 공정에서 대량의 전기가 사용돼 제조 원가 중 약 40%가 전기요금이다.

    중국 정부는 신장이나 네이멍구를 비롯해 인구가 적은 지역에 석탄화력발전소를 대거 세워 폴리실리콘 공장이 낮은 전기요금의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에너지 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탄소 배출집약도는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에너지 믹스(에너지원의 다양화)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며,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석탄 비중 평균(27%)과 비교하면 중국은 61%에 달했다. 국가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석탄화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도 뒤지지 않는다.

    폴리실리콘-웨이퍼-모듈은 각국마다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다. 다만 현재 세 가지 종류의 셀을 실제 양산하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중국의 태양광 내수 시장이 거대하고 자국산 제품의 가격이 저렴해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셀 기술은 2세대(퍼크셀)에서 주로 N형 웨이퍼를 사용하는 3세대(TOPCon, HJT, IBC)로 넘어가고 있는 단계다. 3세대 세 가지 기술을 실제 양산하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중국의 한국 시장 지배력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산 태양광 모듈 비율은 2017년 73%에서 지난해 6월 기준 68%로 5%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산 모듈 비율은 29%에서 32%로 늘어났다. 

    셀의 경우에도, 국내산 비율이 2017년 40%에서 2022년 6월 35%로 5%p 떨어졌다. 중국산 셀 비율은 52%에서 59%로 7%p 올랐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국전력공사와 6개 발전 자회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동서발전)가 투자한 태양광 발전사업 설비 대부분이 중국산이었다. 한전과 6개 발전 자회사가 제출한 20개 태양광 사업체 중 12개가 중국산 모듈이나 셀을 100% 사용했다.

    또한 이달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신재생에너지 전문 전시회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에 수많은 중국 기업들이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 37개로 국외 기업 중 가장 많았다. 

    사실상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설자리를 잃은 상태다. 중국 제품이 워낙 싸다보니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할수록 손해이기 때문이다. 완성품인 모듈의 경우 한국산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폴리실리콘 대표 기업인 OCI는 2020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폴리실리콘 사업은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유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역시 과거 케미칼 부문에서 생산하던 폴리실리콘을 2020년부터 생산을 멈췄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잉곳-웨이퍼를 생산해 온 웅진에너지도 중국에 밀리며 2020년 법정관리를 받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었을 뿐 아니라 코스피 시장에서 상장폐지 됐다. 이후 지난해 7월 최종 파산 선고를 받았다. 

    LG전자 역시 올해 6월 30일자로 태양광 모듈 사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한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노력했으나 물량 싸움이 치열하고 앞으로도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전자 모듈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에 머물며, 태양광 모듈 매출은 2019년 1조1000억원대에서 2020년 8000억원대로 떨어졌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잠재력이 큰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추세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가 발효된 올해부터 미국 현지에서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세액 공제 등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한화솔루션은 내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총 3조2000억원을 투자, 잉곳-웨이퍼-셀-모듈 등의 현지 생산을 위한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한다. 

    OCI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태양광 모듈 생산 자회사인 '미션솔라에너지'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총 4000만 달러를 투자해 생산 능력을 기존 연 210MW(메가와트)에서 내년 1GW(기가와트)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르면 연내 상업생산을 시작하며, 추가 투자를 통해 최소 3GW까지는 확장할 계획이다.

    선진국들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국 태양광 기자재에 관세를 부여하거나, 자국 기업에게 세액공제 혜택 등을 제공해 국내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덤핑 관세, IRA, 유럽의 탄소국경제도(CBAM)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도 세액공제 등 지원책과 제도적 개선을 통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상이하며 명확한 근거 없이 난립하던 이격거리 규제는 국내 태양광 보급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하고 개선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로지 비용 절감을 위해 강제 노동, 많은 탄소 배출량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재를 받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RE100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