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강서·미추홀 '깡통전세' 관악·금천…빌라전세 '0건'전체수입 90% 빌라거래…"빌라왕 사건후 공인중개시장 쑥대밭"1분기 서울빌라 전세거래 비중 전체 54%…관련통계후 최소수준1월 전국 신규개업 공인중개업소 1273곳…1년전 대비 36% 급감
  • ▲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밀집상가. ⓒ연합뉴스
    ▲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밀집상가.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세사기사태 불똥이 공인중개업계로 튀고 있다. 깡통전세·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수입원인 빌라거래가 급감한 것이다. 여기에 업계 전반에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고사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된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거래가 뚝 끊기면서 줄폐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전세사기 피해사례가 터져나오자 빌라거래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가 다수 발생한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깡통전세 비중이 높은 서울 관악·금천구 등 일부지역 공인중개업소 경우 한달동안 빌라 전세거래가 '0건'을 기록, 시장분위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 W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초 빌라왕 사건이 터진후 일대 부동산시장이 쑥대밭이 됐다"며 "그래도 1분기에는 버텨볼만 했는데 봄이사철 특수까지 사라지고 매출이 절반이하로 줄면서 주변에 문을 닫는 중개업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 신림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입의 90% 가까이가 빌라거래에서 나오는데 최근 한달간 한건도 팔지 못했다"며 "등기부등본이 깨끗한 안심매물이라고 아무리 소개해도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어 관리비 내는 것도 벅찬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임대차시장에서 빌라 전세거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 통계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빌라 전월세거래량 2만7617건중 전세거래량은 1만4903건으로 전체 54.0%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1년이후 가장 낮은 비중이다.

    서울부동산광장 통계에서도 올 2월 기준 서울 빌라 전세거래건수는 5310건으로 1년전 대비 28% 감소했다.

    금천구 가산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월세중개를 3~4건 해야 수입이 전세 1건과 겨우 비슷한 수준이 되는데 한달내내 월세문의 전화만 걸려오고 있다"며 "수입감소로 형편이 어려워져 얼마전까지 중개보조원 포함 4명이 있던 사무실에 혼자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뿐만 아니라 시장침체로 인한 전셋값 하락도 악재로 작용했다. 전세보증금이 낮아져 중개수수료가 감소한 데다 신규계약 대신 재계약 빈도가 높아지면서 전반적으로 수입이 줄어든 것이다. 

    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시장신뢰 저하도 일선 공인중개사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세사기에 공인중개사들이 가담한 사례가 다수 적발되면서 소비자들 불신이 팽배해진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 적발된 공인중개사들은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집주인과 짜고 근저당권 설정사실을 고지하지 않거나, 공범들과 가짜 부동산업체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곧바로 자격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요건을 강화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전세사기사태 여파로 공인중개업소 줄폐업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시장에서는 거래절벽이 장기화하면서 신규개업 중개업소가 감소하는 등 불안정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1월 전국 신규개업 중개업소는 1273곳으로 협회가 집계를 시작한 2015년이래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1년전보다는 36% 급감한 수치다.

    보통 매년 1월은 자격시험 합격후 교육을 마친 중개사들 신규개업이 집중되는 시기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로 문을 닫는 중개소들이 급증하면서 신규개업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개 업계 한 관계자는 "공인중개사가 작정하고 전세사기에 가담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피할 방도가 전무하다"며 "이견여지가 없는 악질범죄고 업계전반의 자정노력이 필요한 사안도 맞지만 선량한 중개사들까지 생계위협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