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20% 넘어… 일반주유소는 감소주유소 감소, 소비자 주유 탐색 비용 부담"정부 '알뜰-비알뜰' 상생 방안 강구해야”
  • ▲ 25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알뜰주유소 1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현욱 기자
    ▲ 25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알뜰주유소 1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현욱 기자
    “알뜰주유소는 불공정거래와 불공정경쟁 발생으로 공정경쟁 환경 조성이라는 당초 목적을 상실하고, 수요 독점시장 조성으로 석유유통시장 환경이 오히려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장현국 KEI컨설팅 전무는 2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주최 및 시장경제학회 주관으로 열린 ‘알뜰주유소 1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알뜰주유소 제도는 정부가 민간유통시장에 개입하는 구조이므로, 개입 유지를 위해서는 경쟁 중립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알뜰주유소 공급자인 한국석유공사, 농협중앙회 그리고 업계,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1년 12월 국내 유가 안정화 취지로 도입됐다. 정부는 초기에 세제 혜택, 여신 지원, 재정 지원 등을 복합적으로 제공했다. 

    다만 근본적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현 판매가도 비알뜰주유소보다 평균 30~40원(리터당) 낮아 100원 이상 싸게 공급하겠다는 정부 주장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형건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2년간 운영을 통해 시장의 가격경쟁촉진 역할은 이미 충분히 달성, 더 이상의 가격경쟁촉진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알뜰주유소의 수요 독점으로 주유소 수가 줄어 생존 주유소들이 판매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주유소는 2010년(1만2691곳)을 정점으로 하락해 이후 12년 동안 1737곳이 줄어 연평균 145곳이 감소했다. 반면 알뜰주유소는 매년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1305곳으로 전체 주유소의 약 12%를 차지한다. 판매물량은 78억리터로 국내 주유소 판매량의 약 21%를 차지한다.  

    설윤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뜰주유소를 통한 가격인하 효과로 인한 전체 소비자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소비자 선택권이 감소하는 등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으로 알뜰주유소 몸집만 불어나고 영세주유소들은 도태됐다는 분석이다. 동일한 시장 내 지원을 받은 알뜰주유소와 받지 못한 주유소 간 가격경쟁력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

    정부는 개별 브랜드인 자영알뜰, 농협, 고속도로 주유소 공급 물량을 묶어 정유사에 경쟁입찰한다. 정유사 공급가격 기준인 싱가포르 가격에 최소 비용만 붙인 저렴한 가격으로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 국내 유통비용이나 물류비용 등이 포함된 가격에 공급받는 일반주유소들보다 리터당 40~50원 정도, 최대 110원 낮은 가격에 공급받는다. 

    나아가 운영주체인 석유공사는 무수익 원칙으로 알뜰주유소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 중 최소 운영비를 제외한 수백억원대의 막대한 금액을 기름값 차등 할인, 공급가격 추가 조정 등을 통해 알뜰주유소에 환원해 주고 있다. 

    이에 초과 물량에 대한 할인제도 폐지 등 정부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현국 전무는 “이미 알뜰주유소가 독립 브랜드로 성장한 상황이므로 즉각적 폐지가 어렵다”면서 “공동구매 운영주체를 공공기관에서 민관으로 이관해 단계적으로 정부 개입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곽윤혁 법무법인 유택 변호사는 “알뜰주유소 제도가 법령 등에 기초하지 않고 오로지 시장 참여자를 강제하는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기존 법령의 재개정이나 관련 법 도입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일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은 “일반 자영 주유소 하시는 분들이 경쟁하는 데 버거워하는걸 잘 알고 있다”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