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3조 3000억 투자 유치경제·고용 파급효과 기대감, 망 사용료 소송전 영향 불가피SKB-넷플릭스 9차 변론기일 앞두고 판도변화 촉각
  • ▲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
    ▲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 3조원대 통 큰 투자를 약속하면서 K-콘텐츠 확대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대립 중인 '망 이용대가(망 사용료)' 소송전에도 영향을 미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미국 국빈방문 기간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K-콘텐츠에 25억 달러(한화 약 3조 3000억원)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투자 금액이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누적 투자 금액(약 1조 5000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앞서 넷플릭스는 K-콘텐츠 투자를 통해 5조 6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약 1만 6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넷플릭스의 투자 유치로 형성된 우호적 분위기에 인터넷제공사업자(ISP) SK브로드밴드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양측은 2018년부터 망 사용료를 둘러싼 법적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접속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고 비용 부담이 한계에 이르고 있어 넷플릭스가 이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무정산 피어링'의 합의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의 9차 변론 기일은 오는 15일에 예정돼 있다. 넷플릭스의 투자 시점이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을 얼마 앞둔 터라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관측이 높다.

    특히 넷플릭스의 투자가 윤 대통령 방미 성과로 꼽힌다는 점이 SK브로드밴드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후문이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를 겸직하고 있는 유영상 대표로서는 망 사용료 이슈를 풀어나가기에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

    넷플릭스를 지지하는 여론 형성도 소송전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구글은 유튜버들을 앞세워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서명을 독려하고 나섰으며 스타트업 등 CP의 반발 수위도 높아졌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망 중립성(ISP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유형·기기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국회 차원에서도 글로벌 CP가 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도록 규정한 법안이 7건 발의됐다. 하지만 업계의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미 무역대표부(USTR)의 반대 목소리에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린 상태다. 법안 통과는 1년 넘게 지지부진한 채로 계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ISP와 CP의 갈등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의제"라면서도 "넷플릭스의 투자 유치 상황에서 통신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논리를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