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뼈 깎는 자구책 요구… 정사장, 직원회의서 사퇴 언급여의도 남서울본부 등 알짜 부동산 매각… 일부 사옥 임대3급이상 임금 인상분·성과급 반납… 4급이하도 동참 요청가스公도 1급이상 임직원 성과급 전액 반납 등 자구책 발표
  •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가 12일 기존 20조 원의 재정건전화 계획에 5조 원 이상을 더한 추가 자구책을 발표했다. 자산가치가 수조 원대에 달하는 알짜 부동산을 팔고 강남 내 10개 사옥 등은 임대로 내놓는다. 부장급 임직원은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특히 여당이 지속해서 압박을 가했던 정승일 사장의 사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이날 전남 나주 본사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다짐대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자구안을 공개했다. 이번 자구안에는 알짜 부동산 매각 등 총 25조 7000억 원 규모의 재정건전화 계획이 담겼다. 기존보다 5조 6000억 원이 늘어났다.

    한전은 앞선 2월 20조 1000억 원 규모의 재정건전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여당의 압박을 받아왔다. 여당은 전기요금의 인상에 있어 한전의 고강도 자구책이 전제돼야 함을 거듭 강조해 왔다.

    이에 한전은 금싸라기땅으로 꼽히는 서울 여의도의 남서울본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강남 한전아트센터 3개층과 서인천지사 등 10개 사옥은 임대한다.

    또한 부장급(2급) 이상 임직원은 올해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차장급(3급) 이상은 50%를 반납한다. 더불어 4급 이하 직원의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 반납도 추진 중이다. 한전은 노동조합 측에 동참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오는 2026년까지 단계적인 인력 효율화도 추진한다. 필수 증가 소요인력인 1600여 명을 업무 디지털화와 사업소 재편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흡수할 예정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8월에도 자체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발표하고 496명의 인원을 감축한 바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업이었던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에 대한 지원 조정안은 이날 자구책에는 일단 빠졌다. 전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공대에 대한 출연금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전은 한전공대에 대해서는 아직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추후 별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 한전.ⓒ연합뉴스
    ▲ 한전.ⓒ연합뉴스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자구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여당의 요구로 뜨거운 감자가 됐던 정승일 사장의 거취 문제도 사퇴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정 사장은 화상회의에서 "오늘 이 자리가 여러분에게 당부를 전하는 마지막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회의 석상에서 사실상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정 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1년여 일찍 물러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정 사장은 탈원전과 한전 적자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여당으로부터 지속적인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한전의 이번 자구책을 여당이 수용하면 한 달여간 미뤄진 올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단행될 예정이다. 당정은 이르면 다음 주 초쯤 협의회를 열고 요금 조정안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당정협의회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한전 이사회와 산업부 전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산업부 장관이 고시하게 된다. 인상분은 즉시 반영된다.

    한편 한국가스공사도 이날 '비상결의대회'를 열고 자구책을 내놨다. 1급 이상 임직원은 성과급 전액, 2급 이상 직원은 50%를 각각 반납하기로 했다. 가스공사는 나머지 직원에 대한 임금 인상분 반납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 임금 인상분 반납을 위한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