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신설 '디지털트윈TF' 수장 이영웅 부사장 영입MIT 졸업 후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 엔지니어링 기술 분야 주도파운드리 수율관리 떠오른 핵심 기술… TSMC, 인텔 극비리 추진 중미래 반도체 경쟁력 달린 생존문제… 삼성 TF 기반 실행 속도 높이기 총력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공정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각광받는 '디지털 트윈' 개발에 속도를 낸다. 지난 연말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디지털 트윈 태스크포스(TF)'를 맡을 수장을 새롭게 임명하고 운영을 본격화한다.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 인프라기술센터 내에 운영하고 있는 '디지털 트윈 TF'장으로 이영웅 부사장을 영입했다. 이 부사장은 연세대학교와 메사추세츠 공대(MIT)를 졸업하고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쉘(Shell)에서 엔지니어링 기술 분야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특히 최근 각광받는 기술인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로 알려졌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세계의 기계와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해 현실과 가상이 실시간으로 서로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 부사장은 이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제조업에 처음 적용한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에서도 근무한 이력이 있다. GE는 제조환경이나 생산라인, 자산 등을 가상의 모델로 만들어 시뮬레이션(모의실험) 하는 방식으로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데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대부분 제조시설들이 스마트 공장 형태로 진화하면서 디지털 트윈은 제조 혁신 기술로 떠올랐다. 특히 반도체와 같이 미세화로 생산 난이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수율을 높이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앞서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할 수 없는 미래기술로 손 꼽힌다.

    반도체 중에서도 파운드리 분야는 생산기술 혁신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진입장벽을 높이는 핵심이다. 선발주자인 TSMC에 비해 20년 이상 뒤늦게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 입장에선 경쟁사의 생산 경험과 그동안 쌓은 기술 노하우를 따라잡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하며 파운드리 사업이 기술 측면으로나 사업 측면으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1위 업체를 넘어설 수 있는 필살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은 이 간극을 디지털 트윈 기술로 좁힐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본격적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전담 TF까지 꾸린 점으로 볼 때 삼성이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제조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고민하는 경쟁사 대비 낮은 수율 등의 공정 문제는 디지털 트윈 기술 적용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TSMC가 이미 핵심 공정을 중심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고 있고 여기서 점차 미세화 되는 공정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TSMC도 안정적인 수율 확보와 공정 리스크 관리를 위해 비밀리에 디지털 트윈 기술 적용을 추진해왔다.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지멘스 등 독일 기업들과 손을 잡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공정에 적용하는데 성공하며 3나노미터(nm) 이하 공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워낙 극비리에 이 기술을 운용하고 있어 외부에도 이와 관련해 알려진 내용이 많지 않다.

    인텔도 파운드리 분야에 재진출을 선언한 이후 미국 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빠른 속도로 선행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한 핵심으로 '디지털 트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미국 내에선 제조업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생산 혁신에 나선 케이스가 많은만큼 이를 반도체 제조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결집하고 인텔도 내부적으로 이 기술을 중심으로 미세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도 이번에 TF 운영을 본격 시작하지만 향후 디지털 트윈 기술 운용과 관련한 계획이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만큼 이 기술이 업계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비밀병기와 같은 것이라는데는 삼성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이 지난해 연말 개최한 'AI포럼'에서 이 디지털 트윈이 삼성 반도체의 초격차 전략을 지탱할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해 주목받았다. 삼성은 디지털 트윈과 AI를 접목한 기술을 도입해 실시간으로 반도체 생산공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신임 디지털 트윈 TF장이 임명된데에 대해서도 삼성은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