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세수, 전년比 24조↓… 최대 50조원 세수결손 전망민주당, 재정역할 강조… 재정당국 "건전재정 중요" 난색경기 상저하고→상저하중… 역대 최대 불용률 경신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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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최대 50조 원의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가운데 야당에서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추경 불가' 태도를 고수한 채 '불용(不用)'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국가재정에서 불용이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예산을 편성한 사업에 차질이 생겨 집행이 어려운 경우이지만, 정부에서 현재 검토 중인 '불용'은 부족한 세수에 맞춰 의도적으로 예산을 쓰지 않겠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의도적인 불용을 검토하는 것은 '세수부족'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3월 누적 국세수입은 87조1000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조 원 감소했다. 국세수입 예산 대비 진도율은 3월 기준 21.7%로 최근 5년 평균인 26.4%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4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세금이 걷힌다고 가정하면 세수는 284조8000억 원이 걷히게 된다. 올해 국세수입 예산인 400조5000억 원보다 28조 원쯤 부족하다. 이는 고스란히 세수결손이 된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가 나아지리라고 기대하기에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이 좋지 않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5%로 하향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6%에서 1.5%로 낮췄다. 오는 25일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할 예정인 한국은행도 기존 1.6%에서 하향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정부는 올해 경기흐름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전망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세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을 높게 잡았던 주요 기관들이 하반기에도 경제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KDI는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1%로, 한국금융연구원은 1.9%에서 1.7%로 각각 내려 잡았다. 하반기 성장마저 1%대에 머문다면 정부가 예상했던 상저하고(上低下高)보다는 상저하중(上低下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상저하중 흐름이 현실화한다면 세수결손 규모는 28조 원보다 커져 최대 50조 원쯤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경호 부총리 ⓒ연합뉴스
    ▲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경호 부총리 ⓒ연합뉴스
    이에 야당에서는 추경을 편성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추경은 지난해 편성한 올해 예산안을 수정하는 작업으로, 세입과 세출 중 원하는 부문에 대해 수정이 가능하다.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고픈 기재부로선 세입 부문의 감액경정만 이뤄진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올해 국세수입 예산인 400조5000억 원을 축소한다면 세수결손 규모를 최소화하거나 운이 좋다면 세수결손을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당은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재정준칙 법제화도 반대하고 있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60%를 초과하면 적자 폭을 2%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재정준칙이 재정의 역할을 축소할 것이라며 법제화를 반대한다.

    내년 4월에는 총선도 예정됐다. 선거를 앞두고는 여야 없이 선심성 법안을 쏟아내기 마련이다. 벌써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등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법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짜게 될 추경안이 오히려 지출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건전성 회복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기재부가 선택할 카드는 사실상 불용 밖에 없다. 의도적인 불용이 전례가 없었던 일도 아니다.

    2013년 8조5000억 원, 2014년 10조9000억 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던 박근혜 정부 시절, 기재부는 2013년 5.8%(18조1000억 원), 2014년 5.5%(17조5000억 원)의 불용률을 기록했다. 불용률이란 세출예산 대비 불용액의 비율을 뜻한다. 2015년과 2016년 불용률은 3%대를 기록하다가 최근까지는 1~2%대를 기록했다.

    다만 불용 규모가 높을 경우 정부가 예산편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거나, 경기 어려움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기재부는 하반기 경기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내부적으로 불용을 검토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불용 가능성에 대해 일단 선을 그었다.

    2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세수부족과 관련한 우려가 쏟아졌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말 (무역수지가) 도대체 얼마큼까지 갈 것인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은 "세수결손으로 민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세수결손보다 심각한 상태"라고 질타했다.

    추 부총리는 현재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면서도 하반기에 다소 숨통이 트일 거라는 견해를 내놨다. 추 부총리는 "무역수지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은 에너지 가격 폭등"이라며 "세수는 최근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가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불용과 관련해선 "강제 불용할 의사는 지금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재정집행을 성실히 하더라도 늘 불용금액이 일정 부분 나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