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문, 쉽게 여닫고 안전한 탈출 목적비상문 승객 의무 숙지·교육 강화 요구사회 전반 ‘보안문화’ 정착 필요성 대두
  • ▲ 지난 26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에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항공기에서 한 승무원이 문에 안전바를 설치한 뒤 두 팔을 벌려 막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6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에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항공기에서 한 승무원이 문에 안전바를 설치한 뒤 두 팔을 벌려 막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항공기 운항 중 비상구 문이 열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만큼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8일부터 문 개방 사고가 난 기종 ‘A321-200’ 14대 전체에 대해 비상구 앞자리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사고에 따른 피해 접수를 시작하는 등 후속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같은 기종을 6대 운영 중인 에어서울도 해당 좌석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비상구 좌석에 앉은 승객은 비상시 승무원을 도와야 하므로 비상구 조작 장치에 대한 접근, 비상구 주위 장애물 제거, 슬라이스 상태 확인 등 의무를 갖는다. 이에 적합하도록 항공사들은 만 15세 미만·한국어나 영어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승객·임산부·노약자 등의 비상구 좌석 탑승을 제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비상구 좌석 판매를 중단한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구 좌석 탑승자는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승객의 안전한 이동을 도와야 하는 의무를 지니므로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란 얘기다.

    황호원 한국항공보안학회장은 “(비상구 좌석은)유사시 객실승무원을 도와 비상사태를 수행하기 위한 자리로 누군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사람을 앉히지 않는다는 것은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 된다”고 강조했다.

    해당 좌석의 중요성을 고려해 비상구 좌석 탑승객에 대한 정확한 의무 숙지와 교육·훈련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아울러 객실승무원의 지시에 모든 승객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보안 문화’가 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황 학회장은 “비상구 좌석이 다른 자리보다 넓다는 이유로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상황인데, 위험시 승무원을 도와 일을 해야 하는 자리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비상구 좌석 탑승객에 대한 의무와 교육을 확실히 하고, 객실승무원의 특별사법경찰로서의 직무수행에 대한 교육 또한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법상 기장과 승무원은 특별사법경찰 관리 역할을 담당한다.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 제7조(선장과 해원 등) 제2항’에서는 ‘항공기 안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관해 기장과 승무원이 사법경찰의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황 학회장은 “유사시 객실승무원이 사법경찰의 의무를 다하고, 승객들이 승무원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보안 문화’가 확립돼야 한다”며 “화재 발생 시 시민들이 119에 신고하는 안전 문화가 정착됐듯 보안 문화 정착으로 승객들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비상문은 쉽게 열려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다만 이번 사고 기종처럼 운항 중 문이 열린 문제에 대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행 중 잠금장치(Lock actuators)’가 없는 A321-200의 경우 비행 고도가 높을 땐 기압 차가 커 문을 열 수 없지만, 고도가 약 1000피트(약 300m) 아래로 낮아지면 기압 차가 작아져 문이 열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잉 항공기에는 비행기가 땅에 닿기 전까지는 승객이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없는 플라이트 락 기능이 있다”며 “에어버스의 신형들도 운항 중에선 열리지 않도록 장치가 탑재돼 있지만, 기본적으로 비상문은 비상시에 사용하도록 열 수 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6일 낮 12시37분 제주에서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A321-200 기종이 착륙하다 약 213m 상공에서 출입문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부와 경찰은 출입문을 연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30대 A씨를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