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하향변동요인에 정성적 평가지표 추가’투자성과 발현 지연, 사업경쟁력 저하’ 모니터링금융비용 증가 추세…신용등급 관리 과제 지목
  • ▲ ⓒ한진
    ▲ ⓒ한진
    ㈜한진이 지속된 재무 부담으로 신용등급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물류업계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서도 사업경쟁력을 발휘하며 재무개선을 이뤄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한진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과 전망을 ‘BBB+(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신용등급의 하향변동요인에 ‘투자성과 발현 지연, 경쟁 심화 등으로 사업경쟁력 저하’ 조건을 추가했다.

    한기평은 그동안 한진의 신용등급 하향변동요인으로 정량적 평가지표인 ‘순차입금/EBITDA(에비타)’를 단독지표로 설정해 모니터링해왔다. 여기에 정성적 평가지표를 추가해 앞으로의 사업경쟁력을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순차입금/에비타는 차입금이 현금창출력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기평은 한진의 이 수치가 ‘10’을 초과하면 신용등급을 하락한다는 기준을 세워놨다. 한진의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에비타는 6.2로 하향 기준에 못 미치는데, 정성적 평가지표가 추가됨에 따라 수치와 별개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한기평은 “택배시장 내 점유율 및 속도 경쟁 심화로 과중한 투자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며 “쿠팡의 3자물류(3PL) 진출로 쿠팡이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부상함에 따라 투자성과의 조기 발현에 따른 사업경쟁력 유지가 더욱 중요해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진은 실제 택배사업의 인프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 1월 개장한 대전 메가허브터미널과 자동화설비 구축, 터미널 증축 등 최근 3년간 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단행됐다. 향후 안산 메가허브터미널 건설, 설비 자동화, 해외 네트워크 확장 계획 등에 따라 수천억원의 투자금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투자 확대에 따라 재무 부담도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총 차입금은 2021년 1조8340억원, 2022년 1조9284억원, 2023년 2조220억원 등 증가해 지난해 2조원을 돌파했고 총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 48.1%를 기록하며 건전성 기준(30% 미만)을 웃돌고 있다.

    한진은 재무 부담을 감내하면서도 투자 계획을 원활하게 이행하기 위한 자금조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1월 460억원, 3월 400억원 등 사모채를 찍은 데 이어 이달에도 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에 나선 모습이다.

    한진은 신용등급이 ‘BBB+’로 비우량채로 분류되지만, 수요예측에서 모집액보다 3배 많은 1630억원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금리가 높고 만기가 짧아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기관투자가들에게 하이일드(투기등급) 채권으로 인기를 끈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의 자금조달 활동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투자 계획이 진행 중이고 올 6월 480억원을 비롯해 하반기 1850억원, 내년 3010억원 등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

    한진의 이자비용을 포함한 금융비용은 2021년 1001억원, 2022년 1105억원, 2023년 1246억원 등 증가 추세다. 통상 신용등급이 1개 노치(notch) 떨어지면 금리는 20bp 상승한다고 전해지므로 사업경쟁력 유지로 신용등급을 지켜내고, 이자 부담을 관리해야 하는 점이 과제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