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5년부터 항공기에 SAF 최소 2% 이상 섞어야 SAF, 기존 항공유 대비 3~5배 가량 비싸 고정비 부담친환경 항공유 도입 기반 부족… 정부 지원책 필요
  • ▲ 항공기 급유 모습. ⓒ대한항공
    ▲ 항공기 급유 모습. ⓒ대한항공
    코로나 먹구름이 물러나고 활기를 되찾은 항공업계에 ‘탄소 다이어트’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2025년부터 고가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항공사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는 최근 항공산업 탈탄소 실현을 위해 SAF 도입을 의무화하는 ‘리퓨얼EU(REFuelEU)’ 법안에 최종 합의했다. 

    새 규정에 따라 오는 2025년부터 EU 27개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는 SAF를 최소 2% 이상 섞어야 한다. EU는 2025년 2%부터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 등 의무 비율을 단계적 확대할 방침이다.

    SAF는 폐식용유, 생활 폐기유, 동식물성 기름, 이퓨얼(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재생합성연료) 등 바이오 대체 연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친환경 항공유로,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80%까지 감축 가능하다.

    전 세계는 항공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SAF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자국 내 항공유 공급사들에 SAF를 최소 1% 혼합 공급하도록 법제화했으며 일본도 2030년부터 자국 공항에서 국제선에 급유하는 연료 10%를 SAF로 대체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도 각각 2020년과 2021년부터 SAF 의무화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친환경 항공유 전환에 국내 항공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SAF 사용을 의무화한 프랑스에 취항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파리 노선에 한해 SAF 1%를 혼합해 운항 중이며 두 항공사는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과 SAF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반면 사업 규모가 작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친환경 항공유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SAF는 전 세계적으로 개발 초기 단계인데다가 가격이 기존 항공유 대비 3~5배가량 비싸 원가 부담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이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5년 EU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SAF가 2% 혼합될 경우 연간 338만7152달러(한화 약 46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항공업계에서는 탄소 배출 감축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정부 지원과 함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정유사 중 SAF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실정”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항공사들이 친환경 항공유 전환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는 아직 관련 제도가 없고 바이오항공유 생산 역시 연구개발(R&D) 단계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생산·급유 인프라 구축 등 도입 기반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유럽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도 관련 제도를 만들고 있어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 항공산업이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항공기는 연료의 높은 에너지 밀도와 동력 시스템 안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동화 전환이 차량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