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이재용 뉴삼성 둘러싼 위기이건희 선대 회장 '신경영' 선언 때와 유사파운드리 TSMC 격차 확대… '상속세-지배구조' 과제등기임원 복귀 여부 촉각… '책임경영' 강화 목소리도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뉴삼성' 비전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일으킨 이건희 선대회장의 업적을 이어갈 이재용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은 만큼 현재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고 뉴삼성 기틀을 마련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30주년과 관련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낼 예정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유명한 어록이 탄생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삼성을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 도약시킨 기점으로 평가받는다. 1990년대 초반 국내 제일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던 삼성을 체질을 변화시켰다.

    이후 삼성은 한계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차세대 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경영 합리화와 사업재구축을 목표로 비상경영에 나서며 글로벌 최대 기업으로 올라섰다. 삼성은 이 선대회장 취임 당시 10조원이었던 매출액은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으며,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무려 396배나 증가했다.

    이런 외형적인 성장 외에도 선진 경영시스템 도입 및 도전과 활력이 넘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경영체질을 강화하는 등 내실 면에서도 세계 일류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이재용 회장은 이 선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뉴삼성'호의 닻을 본격적으로 올렸다. 그러나 이 회장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등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삼성의 위기는 신경영 선언 당시와 닮아 있다는 평가다. 이에 이 회장은 현재 위기를 돌파해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해묵은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 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앞서 이 회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며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삼성을 둘러싼 위기감을 내비쳤다. 

    당장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반도체 업황 악화로 14년 만에 영업이익이 1조원대 밑으로 떨어졌으며 2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수요 둔화가 주요 요인으로 하반기에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만의 TSMC와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벌어진 TSMC와의 격차를 5년 안에 따라잡는다는 것이 목표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의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9%, 2위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13%로 조사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 1분기 TSMC의 점유율은 54%,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15%였다. TSMC의 점유율은 더 높아진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떨어지면서 차이도 39%포인트(p)에서 46%포인트로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초격차 기술을 내세우고 있지만 TSMC의 방어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통한 3나노 공정 양산을 TSMC보다 6개월 먼저이자 세계 최초로 돌입하자 TSMC는 최근 2나노 제품의 시범 생산에 돌입한 상태다. TSMC는 애플과 엔비디아 등 고객사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의 인텔과 일본 기업도 향후 잠재적인 위협이 될 공산이 크다. 인텔은 최근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과 동맹을 선언하는 등 파운드리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도 소니·키옥시아·도요타·소프트뱅크 등 8개 기업이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했는데, 2027년부터 2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파운드리 경쟁의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어서다. 더욱이 메모리 반도체 부진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이와 함께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와 삼성그룹 지배구조도 문제다. 

    이 선대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 삼성SDS 0.01% 등이다. 주식재산 중 가장 규모가 큰 삼성전자 지분을 비롯해 삼성물산과 삼성SDS 지분은 법정상속 비율대로 홍라희 여사가 9분의 3을 받고 이 회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세 남매가 9분의 2씩 받았다.

    대신 삼성 지배구조상 삼성전자 지배의 핵심 연결고리인 삼성생명 지분은 이 회장이 절반을 상속받고 나머지는 동생들이 나눠 상속받았다. 이를 통해 삼성 오너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 규모다.

    이 회장의 몫은 2조9000억원 수준으로 지난 2017년부터 6년째 무보수 경영을 이어오고 있어 막대한 상속세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 이에 오너일가는 지분 매각 및 대출을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납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납부한 금액은 약 6조원 수준으로 파악되며 앞으로 3년간 추가납부해야 할 금액도 6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삼성이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고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 등기임원에 올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삼성은 지난해 45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반도체 사업에선 메모리 1위 기업으로서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사업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회장의 취임 이후 삼성의 대규모 M&A 가능성을 점쳤으나 이렇다할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M&A는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등기임원에서 제외된 이후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했다. 이사회 구성원인 등기이사는 비등기이사와 달리 직접적으로 회사 경영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회사의 주요 경영사안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어 중요의결사항에 찬성·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또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정관을 위반할 경우 법적 책임도 지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등기임원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대규모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는 만큼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에 대한 요구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작년과 비교해 크게 꺾일 것"이라며 "불안정한 글로벌 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책임경영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