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교역국 급부상… 尹 대통령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교역품목 고부가가치화 기반 국내 기업 주요 생산 거점 도약'스마트시티-에너지' 등 미래분야 협력 통한 지속발전 모색 기대
  • ▲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22일(현지시간)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베트남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목발을 들어 보이며 건배를 제의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22일(현지시간)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베트남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목발을 들어 보이며 건배를 제의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경제 사절단으로 동행한 삼성과 LG, SK의 대규모 투자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인 205명의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경제 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도 참석했다. 

    사절단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3대 교역국인 베트남과 공급망을 강화하고, 정보통신기술(ICT) 등 차세대 기술 협력, 에너지·친환경 프로젝트 참여 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재계 총수들이 함께 동행한 만큼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하노이 한 호텔에서 순방에 동행한 재계 총수 등 경제 사절단과 만남을 갖고 베트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어느 국가보다 베트남과 끈끈한 연결고리를 가진 한국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창출할 성과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국내 기업들의 주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이번에 대규모 사절단이 꾸려진 것도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라는 방증인 셈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를 통해 양국 간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교류 협력의 기반을 마련한 이후 가파른 교역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92년 대비 164배 증가한 807억 달러를 기록했다. 양국간의 상호 투자 역시 크게 증가하여 2021년 기준 25억 달러로 1992년 대비 145배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의 경우 중국,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3대 교역국으로 성장했다. 한·베트남 간 교역 규모는 877억 달러(약 113조 5277억원)에 달했고우리나라의 대베트남 무역수지 흑자도 343억달러(약 44조 40141억원)나 됐다.

    이런 효과는 최근 들어 양국의 무역·투자 구조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베트남에 투자한 후 현지공장에 필요한 중간재를 수출하고, 베트남은 완성된 최종재를 한국에 수출하는 기존 구조에서 베트남의 산업경쟁력 향상으로 양국 간의 교역품목 역시 고부가가치화 되고 있다. 한국의 베트남 서비스 투자 역시 금융보험, 자동차부품 판매업, 전자상거래 관련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베트남을 '기회의 땅'으로 삼고 일찍부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과 가장 활발하게 협력하는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은 1989년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하노이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무역 프로젝트 발굴 활동을 시작하면서 베트남에 처음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1995년 베트남 남부 호치민 지역에 TV 생산 공장과 판매 법인을 세우고 TV 생산 및 판매에 나섰다.

    삼성의 베트남 투자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과 판 반 카이(Phan Van Khai) 전 베트남 총리의 2005년 '하노이 회담'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베트남이 1986년 시장경제 체제 전환 이후 고도 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했으며, 향후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통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베트남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

    이후 약 10여년에 걸쳐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2014년), 삼성SDI(2009년), 삼성전기(2013년) 등 전자부문 계열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현재 6개 생산법인, 1개 판매법인 및 R&D센터 운영 중이다.

    삼성은 당초 베트남에서 중저가 제품을 위주로 생산했으나, 점진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현재는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 및 4G/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TV,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은 2021년 베트남에서 수출 654억 달러를 기록해 베트남 총 수출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2년 이건희 선대회장과 함께 베트남을 찾아 스마트폰 생산 현장을 점검한 이래, 베트남 주요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삼성의 베트남 사업을 챙겨 왔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응우옌 쑤언 푹 현 베트남 주석(당시 총리)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하노이시 THT 지구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SK그룹의 경우 2018년 투자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 베트남 최대 식음료·유통 기업 마산그룹의 유통 전문 자회사 빈커머스 지분을 매입하고, 마산그룹의 유통 지주사 크라운엑스에 투자하는 등 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LG그룹은 1995년 LG전자 진출을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이 베트남 내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총 12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미래협력 분야 발굴에도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주목할 만한 미래 협력 분야로는 스마트시티, 미래 농·축산업, 교통(도로, 철도), 에너지, 문화·엔터 부문 등이 꼽힌다. 

    스마트시티는 베트남의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교통, 안전, 환경,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문제점 해결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 하남, 빈푹 등 9개 성을 하노이 수도권으로 지정하고 하노이의 3배에 달하는 신도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 농·축산업은 베트남 GDP의 약 10%를 차지하고 종사자 비율은 전체인구의 45%에 달하는 베트남의 핵심 산업으로 베트남 정부가 차세대 농·축산업 기술 개발과 하이테크 농축산업 단지 개발 등을 위해 선진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해당분야에서의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의 교통(도로, 철도) 부문은 급격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보면 여전히 중하위권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베트남의 산업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향후 렵력 가능한 분야로 꼽힌다. 

    에너지 역시 다국적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로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친환경에너지 발전, 스마트그리드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과 베트남간의 협력 모색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과 베트남은 양국을 둘러싼 다양한 대내외 위기 요인들을 면밀히 살핌으로써 양국간의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할 것"이라며 "4차 산업시대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며 앞으로의 30년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