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출범 당시 역할 축소에 찬밥 신세 우려됐던 공정위'카카오 먹통'사태에 尹대통령 대응 주문 이후 존재감 부각은행 금리·라면 가격까지 폭넓게 개입시장에 적극 개입하며 시장의 자유 훼손한다 지적도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친기업 성향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찬밥' 신세였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부터 시작해 은행·통신사 담합, 사교육에 라면 가격 등 물가관리까지 시장에 폭넓게 개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복원하겠다던 윤석열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오히려 시장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선봉장에 공정위가 나서고 있다.

    공정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4개월간이나 위원장 공석 사태가 이어지면서 정책 동력이 상실된 상황이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도 자율규제로 방향을 틀면서 공정위의 존재감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한기정 위원장이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각종 규제를 개선해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전임 정부와 달라진 공정위의 역할이나 위상 축소를 은연중에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 위원장의 취임 1년이 채 되지 않아, 공정위의 존재감이 곳곳에서 부각되는 모습이다.

    그 첫 번째가 지난해 10월15일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였다. 카카오 먹통으로 일반 시민이 불편함을 겪은 것은 물론 자영업자와 택시기사 등의 피해가 커지자, 윤 대통령은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면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공정위의 대응을 주문했다.

    올 초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 논란이 일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고금리에 힘들어하는 와중에 은행들이 역대 최대의 실적으로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윤 대통령은 '은행권 돈잔치'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공정위는 곧바로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은행의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과 고객수수료 담합 등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지난달에도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을 추가 조사했다.
  • ▲ 입시학원 광고 ⓒ연합뉴스
    ▲ 입시학원 광고 ⓒ연합뉴스
    교육부가 이달 6일까지 진행하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와 관련해서도 공정위가 빠지지 않는다. 공정위는 입시학원들의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라면 가격 인하를 압박한 이후에는 공정위가 라면업계의 담합이 없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가격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공정위가 끼어들지 않는 곳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의 이런 광폭 행보는 자유로운 시장경제 복원을 내건 현 정부의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정된 인원에 이곳저곳 발을 들이고 있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언급되는 사례가 은행권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다. 당시 공정위는 지난 2012년부터 4년간 조사에 나섰지만, 무혐의로 결론 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었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행보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 CD금리 담합 조사가 결국 무죄로 판명난 적이 있다"며 "은행과 증권, 보험 담합조사는 결국 먼지털이식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도 "공정위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압박한다면 기업들의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