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창업자 및 GIO 라인 성공 신화의 주역두 차례 일본 진출 실패 좌절 속 13년간 공들여지난해 라인야후 해킹 사태로 일본 경영권 매각 압박AI 플랫폼 패권 시대 정부 지원 속 절박함으로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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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박함이 '라인(LINE)'의 성공 비결입니다."

    2016년 7월 네이버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각' 기자간담회 현장. 이 자리는 뉴욕과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한 라인을 기념하고 미래 비전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식 석상에 두문불출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및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등장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단상에 오른 이 GIO는 들뜬 목소리가 아닌 차분한 어조로 라인 성공의 원동력에는 절박함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인 라인은 2011년 6월 일본에서 출시한 이후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이용자가 2억명에 이른다. 뉴욕과 일본에 상장 당시에는 공모가가 두자릿수 뛰었으며, 일본에서는 주가 폭등으로 시가총액 1조엔(10조 8000억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앞서 이 GIO는 2001년 '네이버재팬'을 시작으로 일본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당시 야후 재팬에 밀려 4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하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후 2006년 검색엔진업체 첫눈을 350억원에 인수하고 도전했지만, 부진한 성과속에 접어야 했다. 

    이 GIO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그만하라는 내부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공하지 않으면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라인 개발에 매진했다. 뚝심이 통한 걸까. 이 GIO는 두 차례의 쓰디쓴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2011년 일본 시장에 라인을 출시, 96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메신저로 자리 잡는데 성공한다.

    무엇보다 2021년 3월 라인과 일본 Z홀딩스의 야후재팬과 경영을 통합한 '라인야후'를 출범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Z홀딩스 모회사인 소프트뱅크 손정희 회장과 동맹 결의를 맺으며 한·일 합작 빅테크 기업이 탄생하게 된 것. 라인야후의 지주회사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보유했다. 이 GIO의 글로벌 꿈이 10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GIO는 새로운 기술 서비스에 과감히 투자해 글로벌 기회를 찾겠다는 입장을 공언해 왔다. 구글 등 글로벌 공룡과 견줬을 때 이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차원에서다. 라인을 필두로 아시아 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궁극적으로 유럽과 미국까지 영토를 넓혀나가겠다는 구상을 그렸다.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던 라인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도 이 같은 믿음에서다.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이 GIO의 글로벌 꿈에 또다시 먹구름이 꼈다. 일본 당국이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1월 라인 앱 이용자, 거래처, 네이버 직원 등의 개인 정보 51만건이 유출된 바 있다. 네이버 클라우드(가상서버)의 해킹으로 촉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경영 체제를 바꾸라는 것.

    라인야후는 사고 재발 방지책을 제출했으나 총무성은 "불충분하다"며 오는 7월까지 구체적 방지책을 내놓을 것을 강조했다. 이에 일본 소프트뱅크는 최근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듭된 일본 당국의 행정지도가 라인의 경영권까지 개입되면서 양국의 외교 문제로도 번지는 형국이다.

    일본 정부가 라인의 경영권을 노골적으로 간섭하는 것에 대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기반해서 결정할 문제로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IT 시민단체에서는 범국가적인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 GIO가 13년 공들인 라인은 네이버의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이자 상징이다. 특히 일본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해외 시장 매출 비중 가운데 50%를 넘는다. 라인 사업에 제동을 걸릴 경우 글로벌 사업다각화는 물론, 유럽, 동남아 진출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 패권 경쟁 속에서 유망한 플랫폼은 각국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용하는 메신저는 국경을 넘나들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용이하다. 일본 정부가 라인을 노리는 이유도 겉으로는 국가 보안이지만, 이면에는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이 필요한 대목이다.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 시민연대는 국회와 정부, 전문가들을 포함한 국가적 TF를 구성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교부와 과기정통부가 네이버의 입만을 바라보면서 수수방관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 라인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독도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GIO가 13년 공들인 라인은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혁신을 거듭한 결과에 따른 보상이었다. 좌절과 실패를 극복하고 해외 진출 시도의 끝자락에 거둬들인 성공인 셈이다. 일본의 경영권 위협도 거쳐야 할 시련의 일부로 극복할 수 있다. 제2, 3의 라인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던 이 GIO의 글로벌 꿈이 계속되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