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노조원 2만명 광화문 집결...의료대란 현실화전국 파업 참여 인원은 총 4만5000명 추정 복지부, 보건의료재난 위기 경보 '관심→ 주의' 노조 VS 정부, 갈등 심각...해결책은 요원
  • ▲ 13일 오후 보건의료노조는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고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모여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정상윤 기자
    ▲ 13일 오후 보건의료노조는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고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모여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정상윤 기자
    19년 만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기록적인 폭우 속에 대규모 총파업을 강행했다.

    노조원 대다수가 파업 대열에 나서면서 대형병원은 물론 전국 의료기관에서 진료 공백 사태가 빚어졌다.

    암 수술이 취소되고 응급병상이 포화 상태에 빠지는가 하면 입원 거절 사태까지 발생했다. 파업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의료 공백으로 인한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13일 오후 보건의료노조는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고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 총파업 결의 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2만명, 경찰 추산 1만7000명이 집결했다. 
     
    대회장에 참석하지 않은 노조원들을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파업 참여 인원은 4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40곳의 의료기관에서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의사인력 확충 ▲필수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청 중이다.

    파업에 참여한 한 노조원은 "간호사의 인력배치 기준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고 공공의료를 살려내야 한다"며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 피해를 받는 것은 환자"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합류해 집회를 이어갔다. 오는 14일도 서울·세종·부산·광주에서 파업 2일차 총파업대회가 예정됐다.
  • ▲ 13일 오후 진행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대회 현장. ⓒ정상윤 기자
    ▲ 13일 오후 진행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대회 현장. ⓒ정상윤 기자
    ◆ 4만5000명 파업…의료공백 대혼란

    결국 의료공백은 현실화됐다.

    국립암센터는 13~14일 예정됐던 암 환자 수술 120건을 취소했다. 외래진료 건수도 2000건 이상 취소했다. 다행히 이날 노사 협의가 원만히 추진돼 당장 내주부터는 파업을 중단키로 했지만 취소된 수술을 다시 정상적으로 돌려놓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역시 전날까지 모든 입원 환자를 타 병원으로 돌렸다. 국립중앙의료원 역시 예약 업무 지연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다른 병원에는 '환자 이송 및 전원 자제'를 요청했다. 

    충남대병원에서는 환자가 응급실에 방문했지만 응급치료 이후 해당 진료과 병동에 입원을 하지 못해 퇴원을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 밖에 대다수 주요 병원들은 진료일정이 차질이 생겨 환자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 각 병원들은 파업에 참가한 인력을 대신해 당직을 더 서거나 근무를 더하는 방식으로 의료공백 최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총파업이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가면 의료체계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각 병원장들도 노조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일단 정부와 큰 매듭을 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당초 예상했던 대로 내일까지 파업이 진행되면 큰 문제는 막을 수 있겠으나 그 이후에는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 노조-정부 갈등의 골 깊어…타협점 모색 난항

    가장 큰 문제는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파업을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중요한데 오히려 역행하는 모양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파업을 앞두고 복지부는 대화와 협상을 중단했다"며 "대화를 끊은 정부가 파업을 유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당한 쟁의행위를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복지부는 자체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하고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 진료공백 우려가 커짐에 따른 조치다. 

    위기경보 격상에 따라 중앙 비상진료대책본부에서 파업 상황을 점검하고 지자체별 본부를 구성해 신속 대응체계가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