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세종청사·광주시청·부산역 광장 등 전국 노조원들 결집복지부, 업부복귀명령 카드 '만지작'…단호한 대응 예고피해는 환자 몫…내주까지 파업 이어지면 의료대란
  • ▲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정상윤 기자
    ▲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정상윤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전국 곳곳에서 의료공백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틀째 총파업을 이어간다. 

    문제는 정부와의 강대강 대치 속에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각 병원서 대처할 여력이 떨어져 심각한 환자 피해가 불가피하다.

    14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서울지역본부, 경기지역본부 소속 파업 조합원 약 8000여명이 참여하는 산별총파업 대회를 개최한다. 

    강원, 충북, 대전충남, 대구경북, 전북, 울산경남 지역조합원 5000여명은 오후 1시30분부터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중부권 산별총파업 대회를 진행한다.

    광주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시청 앞에서, 부산에서는 오후 2시부터 부산역 광장에서 각각 총파업 대회를 연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추후 파업 지속 여부는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와 7대 요구에 대한 수용 여부에 달렸다"며 "이날까지 파업을 진행한 이후 관련 사안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파업에 참여하는 전국 140곳의 의료기관서는 병원 노조와 사측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정부가 당장 정책적 변화를 확정 짓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불법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인력 확충 ▲필수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 ▲9·2 노정합의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 복지부, 업부복귀명령 카드 '만지작'

    정부 역시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에 강대강으로 대처하고 있다. 전날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따른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한 데 이어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업무복귀명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당한 쟁의 행위를 벗어나 국민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2차관도 "법적인 검토를 거쳐 필요하다면 업무복귀 명령까지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박 2차관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광역자치단체 부단체장들과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진행하고 의료기관 파업현황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 역시 노조와의 대화 대신 파업에 따른 법적 조치 등 압박을 가하고 있어 파업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다. 

    ◆ 결국 피해는 환자의 몫 

    노조와 정부의 갈등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각 병원서 인력난이 심화하고 이로 인해 막대한 환자 피해가 예상된다. 

    이미 암 수술이 취소되고 응급병상이 포화 상태에 빠지는가 하면 입원 거절 사태까지 발생한 상황이라 파업이 장기화될 시 의료대란은 전국적으로 퍼질 수밖에 없다. 
       
    이날 서울소재 상급종합병원장은 "만약 파업이 내주까지 이어지면 연쇄적 의료공백이 작동해 필수의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파업 참여 인원을 대신해 미참여 인력에게 근무 부담을 부과하는 형태는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 응급실 인력 파업이 참여하지 않아도 환자의 응급치료 이후 각 진료과 병상을 담당할 인력 부재로 입원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암 역시 필수의료로 묶이지 않은 상황이라 수술 취소 문제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병원의 특성상 취소된 수술 일정을 다시 잡으려면 이미 예약된 다른 환자 수술 사이에 억지로 끼워 넣어야 하는 구조다. 대기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 취소 건수 최소화가 관건이다.

    환자단체도 파업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며 노조와 정부간 협상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의료공백은 중증 환자들에게 죽음이라는 공포를 기약없이 방치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대화의 장에 적극 나서 파업을 중단하도록 노조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현 상황은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무모한 힘겨루기에 불과하다"며 "절박한 환자들의 심정을 헤아려 즉각 대화와 순리대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