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설계사선정 제동…관주도사업 거부감↑"강경대응 오히려 역효과"…'재산권침해' 여전송파한양2차, 울며겨자식 사업추진…1호 이탈
  •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뉴데일리DB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이 선정한 건축설계 업체를 두고 서울시가 '무효'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던 도시정비시장이 급속히 가라앉았다. 

    특히 강남권일대 재건축조합 사이에서 관주도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승승장구하던 오세훈표 신속통합기획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이 설계공모설계사로 결정한 '희림'에 대해 서울시가 '재공모'를 권고하자 신통기획 자체에 대한 반대목소리가 제기됐다. 

    빠른 사업추진을 볼모로 조합에 시에서 원하는 설계안을 강요하고 임대물량이나 보행로 같은 과도한 공적부담을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조합에 시 설계안을 강요하고 임대아파트나 보행통로 같은 과도한 공적부담을 떠안긴다는 이유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점사업인 신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시가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인허가절차를 단축시켜 사업기간을 앞당기는 게 골자다. 정비구역지정까지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대신 임대주택 확대나 공공시설 기부채납 등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식이다. 압구정3구역은 지난달 1·2·4·5구역과 함께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노후주거단지를 대상으로 신통기획 추진을 강력하게 밀어붙여왔다. 2021년 9월 도입후 현재까지 총 82곳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중 44곳(6만2000가구)이 기획을 확정했다. 

    5월부터는 후보지를 연 1회가 아닌 수시선정방식으로 전환해 사업속도를 높였으며 연말까지 75곳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중 82곳을 대상지로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이목이 집중된 압구정에서 시와 조합이 정면충돌하자 신통기획 이탈사업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용적률 최대한도를 360%로 설정한 희림을 업무방해 및 사기죄로 고소하고 재건축조합의 설계사선정 결정에 대해 무효를 공식화한 시의 강경대응이 오히려 신통기획에 대한 거부감을 키웠다는 주장도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압구정3구역에서 설계안 변경여지를 주면 추후 다른사업지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거나 재량권 부여를 요구하는 조합이 늘 수 있어 서울시가 단도리를 치는 것 같다"며 "다만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관주도 신통기획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통기획은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지만 사업지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조합 자율성 부족과 기부채납으로 인한 사업성저하, 재산권침해 등 주민불만이 가중돼 중도이탈하거나 신규참여가 지지부진한 경우가 적잖았다.

    송파구 송파동 '송파한양2차'는 지난해부터 신통기획을 추진해왔지만 그로 인해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1년연장되면서 주민반발이 거세졌다. 규제 탓에 거래가 막혀 재산권행사가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해당단지 거래건수는 0건, 올해는 단 한건에 불과하다.

    결국 신통기획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비율이 85%에 이르자 조합은 서울시에 사업을 철회해달라며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시가 "이미 예산이 투입돼 불가하다"며 거부해 울며겨자먹기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신통기획 1호 사업장이었던 송파구 오금동 오금현대아파트는 임대아파트 비율이 20.6%로 예상보다 높게 책정되자 사업참여를 철회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신통기획에 반대하는 일부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철회요청서 확보에 나서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송파구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사업기간을 대폭 줄여준다고 하지만 실상은 서울시가 짜놓은 설계안을 조합이 따라만 가는 형식"이라며 "공적부담을 통한 공공성 강화에만 매몰되면 추후 사업추진 과정에서 이탈하는 곳이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비대위가 결성돼 주민들이 둘로 갈라진 사업지가 한두 곳이 아니다"며 "서울시가 사업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철회요건을 주민동의율 10%로 낮춘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