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신한금융에 네오플럭스 매각 이후 CVC로 재탄생초대 대표에 김태식 ㈜두산 재무담당 상무 임명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그룹 신사업 전략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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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이 그룹 내 첫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하고 미래 유망기업 투자와 신사업 발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 17일 3억원을 출자해 CVC ‘두산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두산이 지분 100% 보유한 두산인베스트먼트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면허를 신청하고, 등록이 이뤄지는 대로 운영을 시작할 방침이다.

    두산인베스트먼트의 초대 대표는 ㈜두산의 김태식 재무담당 상무가 맡는다. 김 상무는 1971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2000년 한신정평가(현 나이스신용평가)를 거쳐 2011년 두산 재무담당으로 입사했다. 2018년 상무로 승진해 현재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CVC는 대기업이 출자한 벤처캐피탈(VC)을 뜻한다. VC가 유망한 벤처기업(스타트업)에 재무적 이익을 목적으로 투자한다면 CVC는 모기업의 사업확장이나 기술 및 인재 확보, 신시장 진출 등 전략적 목적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0년 VC ‘네오플럭스’를 설립해 2011년 영업이익 122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효자 금융자회사로 성장시킨 바 있다. 그러나 2009년 두산그룹의 지주사 전환 이후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인적분할을 통해 오너 개인회사로 편입시켰다가, 2020년 8월 구조조정 일환으로 신한금융에 730억에 매각하는 설움을 겪었다.

    두산그룹은 네오플럭스 매각 이후 3년 만에 두산인베스트먼트 설립으로 벤처투자에 대한 꿈을 다시 꾸게 됐다. 두산인베스트먼트는 그룹 최초의 CVC로서 ▲5G용 제품 ▲전기차용 소재 ▲에너지 소재 ▲물류 자동화 솔루션 ▲협동로봇 ▲수소드론 ▲신재생에너지 등 영역의 우량 스타트업 발굴은 물론 그룹의 신사업 확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특히 두산테스나와 같은 인수합병(M&A)도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앞서 지난해 3월 특수목적법인(SPC)인 ‘두산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국내 웨이퍼 테스트 분야 1위 업체인 테스나를 인수한 바 있다. ㈜두산은 새 CVC의 사명을 두산인베스트먼트로 하기 위해 지난 12일 기존 SPC 사명을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로 바꿨다.

    두산테스나는 ㈜두산 인수 이후 지난해 매출 2777억원, 영업이익 672억원 등 최대실적을 달성하며 그룹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베스트먼트 설립을 통해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제2의 두산테스나와 같이 성공적인 투자 사례를 확대해간다는 방침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인베스트먼트가 연내 금감원 등록 절차를 마무리하고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 실탄을 위한 첫 펀드는 ㈜두산을 비롯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등 주요 계열사가 출자해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관계자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현재 추진 중인 에너지, 협동로봇, 반도체 등의 분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CVC를 설립하게 됐다”며 “금감원 등록이 완료되면 투자 포트폴리오가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1년 말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도 CVC 보유가 가능해짐에 따라 대기업의 CVC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일반지주회사 CVC는 포스코홀딩스(포스코기술투자), GS(GS벤처스), CJ(CJ인베스트먼트), 효성(효성벤처스), 동원산업(동원기술투자), 세아홀딩스(세아기술투자), 에코프로(에코프로파트너스) 등 7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