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개혁 20년②]준공영제 이후 서비스 만족도 15년 간 우상향운송 원가는 지속 상승…요금은 제자리서울 시내버스 연간 손실 규모 수천억 육박서울시, 8년 만에 요금 300원 인상…노동계는 반발
  • ▲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 2020.8.20
    ▲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 2020.8.20
    [편집자 주]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 지 내년이면 20년이 된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버스 사고 건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시민들의 서비스 만족도는 눈에 띄게 향상됐다. 서울에서 개혁이 성공하자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인천 등 전국적으로 준공영제는 확대됐다. 이처럼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대한민국 교통 역사에 큰 획을 그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문제점도 노출됐다. 버스 요금의 정치화, 영세업체 난립 지속, 차고지 낙후화 등 고질적인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준공영제 폐지'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뉴데일리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나아갈 길을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시가 발표하는 시내버스 만족도 조사는 2006년 처음 시작됐다. 외부 전문조사기관이 당시 발표한 점수는 59.2점. 이후 매년 실시된 조사에서 만족도는 계속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15년 동안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최고점이 경신돼 가장 최근 조사 연도인 2021년에는 83.4점을 기록했다. 서비스 만족도가 15년 동안 41% 상승한 것이다. 한 때 '악성민원의 대명사'였던 서울 시내버스 서비스에 어떻게 이런 드라마틱한 변화가 가능했을까.

    ◆획기적 서비스 개선의 동력은 '준공영제'

    해답은 '준공영제'에 있었다. 시민들의 불편사항이 접수되면 서울시는 곧바로 버스회사에 개선을 요구한다. 수지타산이 안 맞아도 버스회사는 가급적 시의 요구를 수용한다. 준공영제 취지에 따라 적자가 나는 부분은 시가 보전을 해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시기 버스 운행이었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국민들의 이동 자제를 당부했고, 시민들의 버스 이용은 크게 감소했다. 준공영제 도입 전이었다면 버스회사는 바로 운행댓수를 줄이며 대응했겠지만 서울시는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운행댓수를 유지할 것을 회사측에 요구했다. 버스 운행을 줄인 경기도와는 상반된 결정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코로나19 기간에도 시민들의 이동권은 보장돼야 한다"며 "특히 가장 중요한 사안인 '사람간의 적정거리 유지'를 위해 버스내 혼잡을 야기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의 결정은 시민들에게 큰 편익을 제공했지만 문제는 비용이었다. 2019년 1조3천억원이었던 영업수입이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승객 감소로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운행댓수는 줄이지 않으면서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 시내버스 연간 손실 규모는 2019년 3천538억원에서 2020년 6천784억원으로 3천246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수입 감소 규모와 거의 맞아 떨어진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운행댓수를 줄이지 않았다면 버스요금이라도 올리면서 적자폭을 줄여야 했지만 서울시는 정치적 부담 등의 이유로 이를 외면했다. 코로나19 요인 외에 최저임금 상승, 연료비 상승 등으로 운송원가는 연평균 2.5%씩 꼬박꼬박 올랐는데도 말이다.

    ◆8년 만의 요금 인상...철회하라는 민주노총

    서울시는 뒤늦게 지난 12일 시내버스 요금 300원 인상안을 발표했다. 무려 8년 1개월 만의 인상이었다. 늦어도 한참 늦은 인상이었지만 민주노총 산하 민주버스본부 서울지부는 즉각 요금인상 철회를 촉구하는 투쟁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들은 "민간기업 퍼주기와 다를 것이 없는 준공영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요금을 올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준공영제 폐지 및 완전공영제 전환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정환 선진운수 대표는 "준공영제 덕분에 코로나 기간 서울 시민들이 누린 혜택은 깡그리 무시한 채 적자보전 금액이 커진 것만 도드라지게 문제 삼아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현상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혜택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인데 완전공영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그런 부분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올해에도 버스 실내가 덥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서울시가 요청을 해 5월부터 에어컨을 틀고 있다"면서 "서울시가 시민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요구하는 많은 사항들은 모두 비용이 초래되는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요인으로 재정지원금 급증

    버스회사에 지급되는 재정지원금을 낮추려면 적정 수준의 요금뿐만 아니라 노선의 효율화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잘 콘트롤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노선이 362번(현 345번)이다. 362번 버스는 송파공영차고지에서 잠실역을 경유한 뒤 여의도까지 운행하는 총 63.1km(운행시간 250분)의 장거리 노선으로 운행됐다. 이는 버스 기사의 법정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거리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수 종사자가 휴식 시간 없이 2시간 이상 연속 운전한 경우 15분, 4시간 이상 연속 운전하면 30분 이상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송파를 지역구로 둔 시의원들은 지역 주민들이 불편해진다며 362번 노선 단축을 막았다. 서울시와 버스회사간 조율이 끝난 노선 조정조차 정치인들의 압력이 들어오면 번복되기 일쑤였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제3차 서울특별시 대중교통계획'을 발표하면서 노선 효율성 증대와 기사들의 피로도를 고려해 27개 장거리 버스 노선(인가거리 60km 이상, 운행시간 240분 이상)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21년 기준 27개 노선 가운데 11개 노선의 운행시간은 오히려 증가했고 4개 노선의 운행거리와 시간은 4년 전과 동일한 수준에 그쳤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장거리 버스노선은 20개에 달한다. 그럼에도 버스회사들은 서울시의 노선 연장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 준공영제 도입으로 서울시로부터 경영평가를 받고 그에 따라 버스 수익금을 차등 지급받기 때문이다.

    ◆완전공영제가 대안? 팩트부터 따져봐야

    재정지원금 증가의 주된 원인은 이처럼 적정 요금의 미실현, 경직된 노선조정 체계, 시민부담 완화 노력(통합환승할인 확대) 등에서 찾는 것이 타당한 상황이지만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는 '민간기업 퍼주기'가 보장된 준공영제가 문제의 근원이라며 완전공영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완전공영제야말로 방만 경영의 표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완전공영제로 가려면 세금으로 버스, 노선, 차고지 등 모든 자산을 구매해줘야 한다"며 "초기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고 기사 급여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조규석 한국운수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완전공영제가 되면 노선의 정치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노선이 사실상 사유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배차 간격, 요금, 노선 모든 것이 민원과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라며 "민원 때문에 노선을 계속 늘려야 하는데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조 부원장은 완전공영제 전환을 논의하기 전에 준공영제의 비용 편익을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전문가 등의 연구 검토가 충분히 안 됐고 팩트가 뭔지도 확인이 안 됐다"면서 "정치적 이슈로 다가가기보다 다각적으로 보면서 평가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