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9860원, 2.5% 올라… 경기둔화 등 종합 고려한 듯소상공인 아우성… 주휴수당 포함하면 사실상 1만1832원 부담노동계도 반발… "작년 물가상승률 5.1% 못미쳐, 사실상 임금 삭감"내년 1만원 돌파 기정사실… "1만원 시 GDP 0.19%·일자리 6.9만개 감소"
  • ▲ 2024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모니터에 표결 결과가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 2024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모니터에 표결 결과가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적용할 최저임금이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되면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최악의 결과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 업계는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이미 시간당 1만 원이 넘는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나홀로 경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3시부터 19일 오전 6까지 마라톤 회의를 이어간 끝에 표결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986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2.5% 오른 것으로, 월급여(209시간 기준)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에 해당한다.

    공익위원은 합의 가능한 수준으로 격차가 좁혀졌다는 판단 하에 9920원(3.1%)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공익위원은 심의 기간 내내 노·사의 자율적 합의를 최대한 이끌어내겠단 태도였다. 중재안에 사용자위원 9명과 공익위원 9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은 찬성했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반대하면서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동안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인하를 요구해왔다. 편의점이나 카페, 식당 점주들은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난 최저임금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소상공인들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지급여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년 전보다 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지난해 9160원(5.05%), 올해 9620원(5%)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5%는 코로나19 시기이던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지만, 이미 누적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은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고 하소연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9일 낸 입장문에서 "고용원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사업체의 93.8%가 소상공인이다. 소상공인은 비용구조와 경영여건 상 불가피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해왔다"며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는 7년 동안 최저임금을 무려 52.4% 올리는 과속 인상을 벌여왔고 이는 고용 축소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소공연 설문조사에 따라면 소상공인 58.7%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응답했다.
  • ▲ 편의점 ⓒ연합스
    ▲ 편의점 ⓒ연합스
    역대 인상률을 통틀어 낮은 수준인 데도 소상공인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주휴수당 때문이다.

    주휴수당은 1주일 동안 15시간 일한 근로자에게 유급휴일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5일을 일했다면 하루치 일당을 더 받는 셈이다. 주휴수당은 1일 평균 근로시간에 시급을 곱해 지급하는데, 최저임금을 받는 A씨가 하루 평균 3시간씩 5일을 일했다면, 3시간에 최저임금인 9620원을 곱하면 된다. 이 경우 주휴수당은 2만8860원이 나온다. 이는 결국 사용자가 A씨에게 시간당 1만1544원의 임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시간당 9860원으로 오른다면 사용자는 A씨에게 사실상 시간당 1만1832원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의 117%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최저임금 수준이 1만2000원이나 진배없는 셈이다.

    노동계도 불만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난해 물가 상승률인 5.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임금 삭감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한다. 노동계는 막판 협상까지도 내년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에선 2024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은 시급 1만 원을 넘길 공산이 크다고 본다. 시급 1만 원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최저 수준 생활을 위해선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어야 한다는 태도다. 소상공인 등 경영계는 1만 원이 지급의 '마지노선'이라고 언급한다.

    지난 7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최저임금의 쟁점과 경제적 영향'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할 경우, 국내총생산(GDP)가 0.19% 감소하고, 소비자물가지수는 1.05%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되, 업종별 차등화를 한다면 GDP 감소율은 0.19%에서 0.09%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26일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긴다면 일자리가 최소 2만8000개에서 최대 6만9000개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저임금 1만 원'을 둘러싼 대립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은 셈이다.

    한편 노동부는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고시·공포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액이 고시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동계가 이의를 제기할 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지금껏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진 적은 없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110일이 걸리면서 역대 최장 기간 기록을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