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예타 보고서에 '근본적 대안 필요' 언급… 기술적 문제·민원 발생 우려전문가 자문 결과 사업비 다소 늘지만 상수원 보호구역 우회·경제성 개선 기대작년 1월 타당성조사 추진시 대안노선 첫 언급… 선거 영향 우려해 대선 후 착수국토부, 노선 검토 과정 등 7년여 자료 55건 누리집에 공개
  • ▲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의 종점부인 강상면 지역.ⓒ연합뉴스
    ▲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의 종점부인 강상면 지역.ⓒ연합뉴스
    종점부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대안 노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때 이미 제기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공식 문서를 통해 처음으로 대안 검토를 언급한 것도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1월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23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종점부 변경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건설계획 단계에서부터 최근까지 7년여에 걸친 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했다. 공개 자료에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검토 과정과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에 관한 자료가 포함됐다.

    노선 검토 자료 중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예타 보고서에는 하남시~양평군 양서면 원안 노선의 종점부(양서면) 위치가 적절치 않아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타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5월 발표됐다.

    KDI는 보고서에서 종점부 양평 분기점(JCT)에 대한 기술적 문제를 지적했다. 양평JCT는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화도~양평 구간의 양서터널과 매봉터널 사이 구간을 지나는 교량(중촌교)에 접속하도록 설계됐다. KDI는 교량을 확장하면서 도로를 붙일 수 있는지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곤란하다면 접속 방안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KDI는 중촌교 주변으로 주택이 흩어져 있어 분기점 설치에 따른 민원 발생 가능성도 우려했다.

    원안 노선의 경우 사업성도 논란거리다. 총 1조7695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인데도 예타안의 비용 대비 편익(B/C·경제성)은 0.82에 그쳤다. 100원의 돈을 쓰고 그로 인해 얻는 편리함이나 유익함은 82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B/C는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국토부는 종점을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꾸고, 거리를 2㎞ 늘려 29㎞로 건설하는 대안 노선의 경우 경제성이 오를 것으로 본다. 대안 노선을 채택할 경우 하루 이용 교통량이 기존 1만5800대에서 2만2300대로 6000대(40%) 늘어나고, 예타안에 비해 인근 도로의 교통량을 하루 2100대 이상 더 많이 흡수해 인근 차량정체 해소 효과가 크다고 국토부는 내다봤다.

    대안 노선의 경우 사업비가 1000억 원쯤 늘어나지만, 원안 노선대로 추진해도 시점부의 지하차도 연장과 나들목(IC) 위치 변경이 불가피해 추가로 투입되는 사업비는 전체의 0.8%에 불과한 140억 원 규모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예타안 노선대로 가도 지하차도와 IC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어떤 노선이든 820억 원이 똑같이 소요되는 것"이라며 "추가 사업비 규모에 비해 이익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B/C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공개 자료에는 예타 이후 타당성 조사를 맡은 설계업체(경동엔지니어링·동해기술종합공사)가 지난해 5월 조사 착수보고회에서 종점 대안(강상면) 노선 검토를 제시한 점과 양평군·하남시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자료도 포함됐다.
  • ▲ 예타 노선과 대안 노선 비교.ⓒ국토부
    ▲ 예타 노선과 대안 노선 비교.ⓒ국토부
    지난해 10월 있었던 전문가 자문 관련 자료에서도 전문가들은 검토 대안이 예타안보다 지역균형 발전 등의 측면에서 더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사업을 추진하게 될 한국도로공사의 기술자문위원 등 전문가 7명에게 노선 비교를 자문했다.

    자문 의견을 보면 대안 노선이 사업비가 다소 증가하지만, 팔당호 상수원 보호구역 우회와 터널 설치 계획으로 환경 훼손이 최소화될 거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원안인 예타안의 경우 광주시와 양평군 통과 구간에서 IC 설치 구간이 상수도 보호구역을 지나 민원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논란이 된 종점부 위치와 관련해 예타안은 국도 43호선과 국지도 88호선의 수요 전환이 부족해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검토 대안은 국지도 88호선상에 IC를 추가 설치함으로써 교통 수요 전환은 물론 주말 교통 지·정체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일부 의원은 대안노선의 경우 종점부 양평JCT~남양평IC 구간의 거리가 부족할 수 있고 주말 교통량 등을 고려할 때 중부내륙고속도로 본선 용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양평JCT와 남양평IC를 통합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토부와 협의한 관계기관도 예타안이 사업 추진에 애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8월 국토부에 보낸 타당성 조사 검토 회신에서 예타안에 포함된 퇴촌교와 양서대교가 국가 하천을 횡단하는 점을 지적했다. 교각 등이 제방에 설치되면 안전성을 떨어뜨리고 물 흐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예타안 사업구간에 국가중요시설인 수도권 광역상수도가 매설돼 있다며 안정적인 광역상수도 공급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재협의를 요청했다.
  • ▲ 서울-양평 고속도로 주민설명회.ⓒ연합뉴스
    ▲ 서울-양평 고속도로 주민설명회.ⓒ연합뉴스
    무엇보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된, 대안 노선이 처음 언급된 시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다. 국토부 도로정책과는 지난해 1월 작성된 '서울~양평 고속국도 타당성 조사(평가) 추진 방안'에서 타당성 조사의 첫 번째 주요 과업으로 '최적 대안 노선 검토'를 명시한 상태였다.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은 지난해 1월 국토부가 발주해 민간 설계업체인 경동엔지니어링 등이 수주했다. 설계업체는 같은 해 3월29일 조사에 나서 5월 조사 착수보고회 등을 거쳤다. 일각에선 조사 착수 시점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이라고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대선 이전에 이미 타당성 조사에서 대안 노선을 검토하기로 했고, 오히려 선거 기간에는 정치적 중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상면으로 종점부를 변경한 대안 노선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5월24일 국토부에 처음 보고됐다. 이후 국토부는 지난해 7월 관계기관, 지자체 등과 1차 협의에 나섰고, 이때 양평군이 강하IC 신설 등을 건의한 3개의 노선에 강상면 종점안과 유사한 노선이 포함돼 논의가 있었다.

    국토부는 올해 1월 지자체, 관계기관과 2차 협의를 거친 뒤 마련한 대안을 예타안과 함께 지난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해 공개했다.

    그러다 지난달 말 야당을 중심으로 바뀐 종점부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특혜 의혹이 불거졌고 국토부의 해명에도 논란이 가열되자 지난 6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사업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