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가공식품 미칠 영향 적어… 유통 마진이 문제""유업계·대형마트 간담회 통해 우유가격 인상 자제 요청"ℓ당 69~104원 사이 오를 듯… 채소류 '급등', 장바구니물가 '불안'
  • ▲ 우유 ⓒ연합뉴스
    ▲ 우유 ⓒ연합뉴스
    집중호우로 말미암아 상추와 시금치 등 채소류 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원유(原乳) 가격 인상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밀크플레이션 우려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25일 원유가격 인상과 관련해 백브리핑을 하고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생산비용이 1년 늦게 원유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다. 낙농가가 1년 이상 급등한 생산비를 감내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원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원유가격이 오르더라도,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오히려 유통과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생산자와 유업체 등으로 구성된 원유가격협상소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10차례 원유가격 협상을 진행하며 이견을 좁히고 있으며 오는 27일에도 만나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 원유가격은 리터(ℓ)당 69~104원 범위에서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는 원유가격 결정 때 소비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낙농가의 생산비 변동분만 고려해 90~110%를 반영했다. 올해는 시장 상황과 낙농가의 생산비를 함께 고려해 생산비 변동분의 60~90% 범위에서 가격을 결정한다.

    지난해였다면 ℓ당 104~127원을 인상해야 하지만, 올해는 소비시장 상황을 고려해 인상 폭이 낮아진 것이다.

    현재 ℓ당 994원인 원유가 다음 달부터 인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유를 재료로 쓰는 빵과 커피,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이 줄줄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집중호우로 채소류 등 밥상물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가공식품까지 가격이 오르면 먹거리 체감 물가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달 2.7%까지 내려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 ▲ 농식품부.ⓒ연합뉴스
    ▲ 농식품부.ⓒ연합뉴스
    하지만 농식품부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한 가공식품은 우유를 많이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국산 원유의 87.3%는 마시는 우유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빵과 과자는 원유 사용 비중이 전체 재료 중 1~5%쯤인 데다, 국산 원유를 사용하는 유제품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탈지분유는 28.4%만이 국산 원유를 사용하며 전지분유 9.8%, 버터 6.1%, 치즈 1.8%만 국산 원유를 사용한다.

    이에 더해 카페와 베이커리 등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국산 흰우유보다 저렴한 수입 멸균유를 많이 사용한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멸균유는 지난 2020년 1만1000톤(t)이 수입됐으며 2021년 2만3000t, 지난해 3만1000t, 올해 1~6월 1만8000t이 수입되는 등 계속 늘고 있다.

    농식품부는 우유가격 인상의 원인이 원유가격보다 유통 과정에서 붙는 마진이라고 보고 유통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산 원유는 대부분 마시는 우유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가공식품에 미치는 여파는 크지 않다)"며 "정부는 원유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자의 물가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업체와 대형마트가 흰우유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지 않도록 간담회를 통해 협력을 요청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농식품부는 낙농산업과 유가공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산 원유의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