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감사결과 발표… "예산·인사·공사계약 등 운영 전반에 비위"도덕적 해이도 문제… 47명 허위로 근무하고 수당 부당수령징계 6명, 주의·경고 83건 요구… 부당수령 5900만원 환수 조치'적자 누적' 한전 등 출연금마저 축소… 존폐론 다시 '고개'
  • ▲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연합뉴스
    ▲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설립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KENTECH)의 '복마전' 의혹이 정부 감사 결과 사실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한전공대 총장에 대해 해임을 건의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출연금이 줄며 곤궁한 상황에 놓였던 한전공대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마저 드러남에 따라 다시 한번 존폐의 기로에 내몰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한전공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 4월 여권에서 '한전이 지난해 9월 실시한 한전공대의 업무 컨설팅 결과 드러난 문제점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이뤄졌다.

    감사 결과 한전의 업무 컨설팅 결과가 대학 운영에 대한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속조처도 신분상·재정상 조치 없이 단순 개선에 그쳤다. 도덕적 해이와 부적정 사항은 예산·회계, 인사·총무, 공사·계약 등 기관 운영 전반에 걸쳐 다수 발견됐다.

    예산·회계 분야에선 '법인카드 사용·관리 부적정' 사례가 총 264건(1억 2600만 원) 드러났다. '업무추진비 집행·정산 부적정' 사례도 총 28건(800만 원)이 확인됐다. 사업비로 사용해야 할 출연금 208억 원을 기관운영비와 시설비 등으로 집행한 '출연금 용도별 관리 소홀' 사례 등도 적발됐다.

    인사·총무 분야에선 47명이 허위근무 등 총 206건의 사례로 1700만 원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하지 않고 내부결재만으로 13.8%의 급여 인상을 결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사·계약 분야에선 민법과 한전공대 자체 규정을 위반해 계약업무를 처리하고, 이로 인해 한전공대에 손해를 끼치는 등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연구 분야에선 연구과제 수행과 관련이 적은 무선 헤드폰 등을 총 31건(2000만 원) 구입하는 등 연구비를 목적 외로 사용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밖에 연구비 집행 관련 규정을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등 연구비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공대는 현재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한전과 한전 그룹사를 비롯해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의 출연금으로 조성·운영된다. 이들의 고통 분담과 함께 투명하고 합리적인 예산 집행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전공대는 기관 운영 전반에 걸쳐 규정 위반 행위를 밥 먹듯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학교 운영상 중대한 사항이 포함된 컨설팅 결과를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하지 않은 감사에 대해 비위사실 자료를 공직 인사 관련 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업무를 총괄하고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총장에 대해선 관리 감독 미흡, 총장 개인 업무추진비 집행·관리 부적정 등의 책임을 물어 한전공대 이사회에 해임을 건의했다.

    비위 관련자에 대해서는 징계 6명, 주의·경고 83건 등 엄중한 처분을 요구했다. 부당하게 수령한 시간외 근무수당과 법인카드 부정사용금액, 연구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된 연구비 등 5900만 원은 환수 조치를 내렸다. 

    일각에서는 이번 감사 결과로 인해 그동안 꾸준히 존립 유지에 대한 의문이 불거졌던 한전공대가 막다른 길에 몰렸다고 분석한다. 마땅한 자립방안 없이 출연금으로만 연명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온 상황에서 도덕적 해이와 다수의 비위마저 발견돼 여론은 더욱 냉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 사이에서도 '특화 대학'이 지역에 진정 필요한지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전공대는 올해 출연금 규모가 줄었다. 운영 상황이 곤궁한 처지다. 지난해에만 32조 6000억 원의 적자를 낸 한전은 당정으로부터 고강도 재정 건전화 대책을 요구받았다. 이미 한전공대에 대한 출연금을 축소한 상태다. 애초 1016억 원을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708억 원으로 30% 줄였다. 한전 계열사들도 출연금을 줄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