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규제안' 8월… 내년부터 순차 시행탄소량 신고 의무, 폐배터리 활용 등 규제 강화K-배터리, '폐배터리 리사이클' 생산설비 구축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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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엽합(EU)이 '배터리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가 EU가 제시한 탄소 배출량, 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 정책 기조에 발맞춰 시장 대응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31일 정부에 따르면 EU가 배터리 재활용 의무 비율을 높이는 이른바 '배터리 규제안'이 오는 8월 발효될 전망이다. EU 배터리법은 △배터리 공급망 실사 △탄소발자국 신고 의무화 △폐배터리 원자재 회수 △재활용 광물 사용 의무화 △배터리 여권 등 관련 규제를 총망라한 것으로 내년부터 순차 시행된다.

    EU배터리법은 EU 시장에서 판매되는 휴대전화를 비롯해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모든 배터리의 생애주기를 '친환경'에 목적을 두고 규제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이런 이유로 EU는 우선적으로 탄소발자국 신고 의무화를 도입했다.

    배터리의 생산과 유통 및 소비 등 전 생애주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배출 총량를 계산해서 신고하는 것이다. 이 같은 탄소발자국 신고 의무는 폐배터리 활용의 구체적 방향과 직결돼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부분의 재활용률을 높이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탄소발자국, 폐배터리 수거 및 재활용 원료 사용, 공급망 실사 의무 등에 관한 상세 내용은 내년부터 2028년 사이 동안 위임법을 통해 단계적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에 배터리 3사는 일찌감치 유럽 등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폐배터리 활용 정책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코발트 생산 업체인 화유코발트와의 리사이클링 합작법인을 설립해 폐배터리에서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코발트·리튬을 추출할 계획이다. 또 LG화학과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에 투자를 단행해 지분 2.6%를 확보했다. 라이사이클은 향후 10년 동안 LG에너지솔루션에 2만t의 재활용 니켈을 공급하게 된다.

    삼성SDI도 2020년부터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인 스크랩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불량품이나 폐기물을 수거해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업체인 성일하이텍에 공급하고, 성일하이텍이 재가공해 원료를 추출해 삼성SDI에 재공급하는 방식의 재활용 협력체제도 만들었다.

    또 지난해 헝가리, 말레이시아에 구축한 재활용 사업장에 이어 올해 중국 톈진·시안 사업장과 2025년 미국 사업장 등으로 재활용 순환 공정을 순차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수명이 다한 이차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을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수산화리튬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이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성일하이텍과 합작법인인 상업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SK온도 포드와의 미국 현지 합작법인 블루오벌SK 배터리 공장에서 나오는 폐배터리를 현지에서 재활용할 방침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 대국인만큼 EU가 구축 중인 이차전지 규제 산업에 발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생산설비 구축은 물론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등 핵심 소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리사이클 경쟁력을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EU의 규제가 한국 기업들에게 되레 기회로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미국과 EU가 내건 규제들이 중국 기업에 취약한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제조가 강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EU의 규제가 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보니 한국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특히 미국과 EU가 배터리와 같은 첨단 기술 제품의 기술력을 갖춘 나라로 한국을 지목하는 만큼 우리 기업이 다양한 국가로 진출하면 우리 수출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