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조금 정책, 유럽 자동차 시장 왜곡유럽 완성차 대비 30% 저렴… 中 점유율 증가세K-배터리 반사이익 기대감… 유럽 거점 통해 현지 시장 공략
  •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연례 정책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연례 정책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유럽이 중국 전기차 정부 보조금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볼 예정이다. 중국산 전기자동차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통해 싼 가격에 수출이 이뤄지며 유럽 전기차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유럽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규제를 높일 경우 현지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베이징의 재정 지원 조사에 착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언 EU 집행위원장은 "세계 시장에서 저렴한 중국산 전기 자동차가 넘쳐나고 있다"며 "중국은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통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전기차는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는 완성차 대비 30% 가량 저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급증하는 중국 전기차 수출로 유럽의 수백만 개 자동차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전기차 모델로는 SAIC(상하이자동차)의 MG, 지리자동차의 볼보 등이 있다. 1분기에는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최대 자동차 수출국의 지위도 꿰찼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의하면 2016~2022년 중국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국가 보조금은 570억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지난해를 끝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제도를 종료했지만 일부 지방정부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이번 조사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자동차에 부과하는 유럽엽합의 표준 세율 10%를 초과하는 관세 부과 여부를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제로 유럽이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중국은 EU의 주요 원자재 및 부품 공급지인 만큼 보복에 나설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럽이 본격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경우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거점을 구축하고 꾸준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폴란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진출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6년 브로츠와프 공장을 설립한 후 유럽 국가 중 전기차 배터리 1위 생산국으로 자리 잡았다. 점유율 46%로 1위를 차지한 LG에너지솔루션은 연내 생산 역량을 유럽 배터리 수요의 60%에 해당하는 100GWh(기가와트시)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폴란드 실롱스크에서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다. 2021년에는 1조1300억원을 투자해 실롱스크에 3·4공장을 추가 건설하기로 했다. 양산에 돌입하면 SKIET는 유럽 최대 규모(15억4000만㎡)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헝가리에는 삼성SDI와 SK온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헝가리는 완성차 제조사들이 많이 위치해 있는 독일과의 뛰어난 접근성 등의 장점을 기반으로 폴란드와 더불어 유럽 전기차 생산의 중심지로 꼽힌다. 

    삼성SDI는 2017년 5월 헝가리 괴드 공장을 준공한 뒤 이듬해 2분기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양산을 본격화했다. 현재 괴드 1·2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2조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도 결정했다.

    SK온은 코마롬에 연간 7.5GWh·10GWh 규모의 1·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반차에 70만㎡ 규모의 부지를 확보, 연간 3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생산시설도 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의 경우 기술 수준도 높아지고 가격도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이라며 "유럽이 제재에 나설 경우 현지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채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