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누락' 사실 숨기고 '도색작업'으로 속여 책임소재·원인규명 없이 궁색한 변명만 '급급'설명회 오히려 '反 LH정서' 키워 난항 예상 소송 등 집단행동 촉발할 수…"단톡방 개설"
  • ▲ '초롱꽃마을 LH3단지' 지하주차장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초롱꽃마을 LH3단지' 지하주차장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상황설명이 아니라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먼저 아닌가요?", "타이밍이 늦어도 너무 늦었어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에서 '전단보강근(철근) 누락'이 무더기로 확인되자 입주를 완료한 단지뿐 아니라 입주를 앞둔 단지들까지도 가이드라인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특히 LH는 입주민을 만난 자리에서 '거짓해명'과 함께 '앵무새식 사과'만 늘어놔 성난 민심에 오히려 불을 지폈다.

    경기 파주시 동패동 '초롱꽃마을3단지(파주운정 A34BL)'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지난 1일 급작스레 이뤄진 긴급설명회후 LH에 대한 반감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책임소재와 원인규명 없이 변명을 늘어놓기에 급급했다는 게 입주민 전언이다. 게다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제대로된 피해 보상안조차 없었다고 한다. 
  • ▲ 단지 지하주차장 입구. 사진=정영록 기자
    ▲ 단지 지하주차장 입구. 사진=정영록 기자
    입주민 최모 씨는 "설명회라는 단어 그대로 현재 보강공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설명만 하는 자리에 그쳤다"면서 "공사가 끝나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부실공사로 인한 피해보상은 어떻게 할지, 앞으로 대안은 뭔지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입주민은 취재진이 몰리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설명회를 이딴 식으로 할 거였으면 그냥 때려쳐라"며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초롱꽃마을3단지는 1448가구 규모로 지난해 8월 입주를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와 LH 조사결과 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시공과정에서 무량판부분 기둥 331개소중 12개소에서 설계오류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는 10일까지 슬래브 보완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LH가 사전에 입주민에게 철근누락 사실을 알리지 않고 '도색작업'이라고 속여 보강공사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LH 측은 "주민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입주민 불만은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 ▲ 지하주차장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지하주차장 공사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철근이 누락된 해당단지 지하주차장은 2개구역으로 나눠 철근 보강공사가 진행중이었다.

    파란천막으로 둘러싸인 공사현장은 용접소리와 기계 돌아가는 소음으로 정신이 없었다. 현장주변에 안전펜스는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공사현장 내부는 현장관계자의 제지로 촬영이 허락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어제오늘 공사현장에 내려와 '이러다 아파트 무너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주민들이 상당히 많았다"며 "낮에는 취재진, 저녁에는 입주민들이 몰려 공사진행이 어려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철근보강을 최대한 빨리 끝내달라는 LH 요청에 따라 작업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원래 계획인 이달 10일까지 공사완료가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철근 보강공사와 관련해 LH가 계약일정을 연기하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입주예정자 C씨는 "LH로부터 계약연기 및 계약금 환불 연락을 받은뒤 계약이 아예 해지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 ▲ 계약연기 관련 LH 문자. ⓒ입주민 제공
    ▲ 계약연기 관련 LH 문자. ⓒ입주민 제공
    LH는 현재 파주운정A34뿐만 아니라 음성금석A2, 아산탕정2-A14에서 설명회를 열고 입주민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추후 대상단지를 늘릴 계획이지만 입주민과 입주예정자 사이에서 오히려 '반(反) LH정서'가 더 강해지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LH 설명회가 되레 소송 등 집단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패동 K공인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지만 입주민 단톡방 등에서 손해배상소송 같은 법적대응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설명회이후 하루만에 'LH에 기대할 게 없다'면서 강경대응에 나서자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주민 양모 씨는 "주거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임대·행복주택이라 부실공사에 더욱 취약한 것 같다"며 "같은 철근누락 문제를 겪고 있는 타단지들과 연대해 입주민 목소리를 키워보자는 이야기도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보상안에 대해선 아직 명확하게 결정된 사안이 없다"며 "우선 신속히 보강공사를 완료하고 지속적인 설명회를 통해 입주민들과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