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 49.4달러… OECD 평균의 76% 수준尹정부 노동개혁 재시동 거나… 근로시간 개편안 설문조사 마무리단계노조 '깜깜이 회계' 방지 입법도 이달 국무회의 상정… 국민 70%는 '찬성'노동계 반발 불 보듯 뻔해… 국민 공감할 보완·개편안 제시할지가 관건
  • ▲ 지난 6월 가두행진 하는 한국노총.ⓒ연합뉴스
    ▲ 지난 6월 가두행진 하는 한국노총.ⓒ연합뉴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정 갈등이 휴가철과 태풍 피해 등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노동개혁에 다시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여 전운이 다시 고조될 분위기다.

    16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 대한민국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全)산업의 노동생산성 지수는 110.2(2015=100)로, 전년(107.8)보다 2.22% 상승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 투입당 산출의 비율로 정의되며, 보통 부가가치를 취업자 수(또는 총 노동시간)로 나눈 1인당(노동 시간당) 부가가치를 지수화해 나타낸다.

    올해 들어선 지수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기준 노동생산성 지수는 102.7이다. 지난해 1분기(104.7)와 비교해 1.92% 떨어졌다. 예정처는 "우리나라 노동생산성 지수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직후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2021∼2022년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부가가치 증가율은 둔화한 가운데 노동 투입 증가율은 큰 폭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OECD가 집계하는 회원국별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49.4달러였다. 37개국 중 33위에 해당한다. OECD 평균은 64.7달러였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4분의 3 수준이다.

    1위는 아일랜드로 155.5달러였다. 우리나라의 3.1배가 넘는다. 독일은 88.0달러, 미국 87.6달러, 핀란드 80.3달러, 일본 53.2달러 등이다. 우리나라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회원국은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등 4개국뿐이다.
  • ▲ OECD 회원국별 시간당 노동생산성.ⓒ연합뉴스
    ▲ OECD 회원국별 시간당 노동생산성.ⓒ연합뉴스
    경제전문가들은 노동생산성은 제자리걸음인데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줄이면 급여는 똑같이 받으면서 일하는 시간은 줄어드는 대기업 근로자만 좋을 뿐, 피해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노동자가 본다고 지적한다. 근로시간이 줄어 수입이 줄면 근무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대리운전이나 음식배달 등 소위 투잡, 쓰리잡을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비롯해 주춤했던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이달부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안으로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마치고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보완방안 등 논의를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시간 개편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밀어붙였던 '주 52시간제'를 손봐 산업현장에 맞게 근로시간을 유연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앞서 정부는 주 52시간제 틀은 유지하되, 현행 '주' 단위의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고 기업·근로자가 합의를 거쳐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노동계와 야당이 이를 '69시간 과로 근무제'로 왜곡하면서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거셌다. 결국 윤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참모진에 "(근로시간제 개편안) 입법 예고 기간 중 표출된 MZ세대 등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노동부는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내부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근로시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3월14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개편안 원점 재검토'와 관련해 "큰 프레임(틀)은 변화가 없다. 정책의 원점 재검토는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노동계가 여전히 근로시간 개편으로 노동자의 건강권과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는 만큼 정부가 설문조사를 통해 얼마나 완화된 개편안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3월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6월15일 입법 예고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노조가 회계를 투명하게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이달 중 관련 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의결해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로선 윤 대통령의 방미 후 한·미·일 동맹 강화에 따른 외교 성과를 홍보하며 이를 지렛대 삼아 노동개혁의 고삐를 다시 한번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동계가 여전히 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정책 변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저항이 녹록잖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12월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간 예산이 1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재정에 대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0%로 나타났다. '반대' 응답은 22%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