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경찰청 '선운2지구' 수사…본사 등 4곳에 수사관 파견설계업체 관계자 2명 불구속 입건…다른 지역도 수사 착수'LH 해체론'까지 고개…2018년부터 임직원 내부징계 299건
  • ▲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뉴데일리DB
    ▲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뉴데일리DB
    경찰이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무량판 구조 부실시공이 드러난 15개 단지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수사가 이뤄지면서 압수수색도 전국 단위로 확산할 전망이다.

    16일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광주 광산구 '선운2지구' 철근 누락 수사를 위해 경남 진주시 LH 본사 등 4곳에 수사관 16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LH 본사와 LH 광주·전남본부, 설계업체, 구조안전진단 용역사 등이다.

    이 중 본사에서는 철근 누락 사태와 직접적인 업무 연관성이 있는 건설안전처와 주택구조견적단 사무실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압수수색은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돼 오후 4시15분께 끝났다. 압수물은 박스 1개 분량으로 선운2지구 관련으로 보이는 서류봉투 8개가량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설계업체 관계자 등 2명을 우선 불구속 입건한 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를 분석해 구체적인 수사 대상을 가릴 계획이다.

    광주경찰청 측은 "광주에 배당된 사건 수사의 진행 속도가 가장 빨라 압수수색을 먼저 실시한 것"이라며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LH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발주 단지를 지역별로 나눠 수사 중이다.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된 '선운2지구'는 7월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철근 누락 무량판 구조 단지 15곳 중 1곳이다.

    경남경찰청도 곧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양산 사송A2'와 '사송8지구' 등 2건을 배당받은 경남경찰청은 고소인 진술 확보 이후 사건과 관련된 시공·설계·감리 업체 등 12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들 업체는 서울과 울산, 진주 등에 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LH 내부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LH는 4일 경찰청에 무량판 구조 부실시공이 확인된 15개 단지의 설계·시공·감리업체와 관련 업무를 담당한 내부 직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보통 내부 직원의 비위 의혹이 제기되면 자체 감사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철근 누락 사태로 LH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자 내부 감사를 생략한 채 경찰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한준 LH 사장은 11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 9개월간 조직을 바꿔보려 했지만, 내부 자정만으로는 혁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경찰청에 부실시공 15개 단지 담당 직원들을 수사 의뢰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는 담합 카르텔, 감사원에는 공익감사청구에 따른 전면적인 감사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LH에 대한 경찰 수사와 압수수색이 본격화되면서 'LH 해체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2021년 땅 투기 논란에 이어 2년 만에 부실시공과 전관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조직 해체 수준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1일까지 LH 임직원의 내부징계 건수는 299건이었다. 일부는 뇌물과 금품 수수, 음주운전 혐의로 처벌됐다.

    이에 LH는 조직 쇄신안으로 인력 축소와 함께 자체 설계와 시공 권한을 줄이고 감리 기능을 떼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