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 압구정일대…실거래가·호가상승강남 135㎡초과 아파트값 전월比 0.48%↑"압구정 프리미엄시장 별개로 판단해야"
  •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DB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 재건축바람이 불면서 대형평형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늘고 있어 마치 해당 면적만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빗겨간 모습이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8차' 전용 163㎡(10층)는 이달 54억원에 손바뀜돼 직전신고가 52억원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해당면적 매물은 2021년 8월 7층이 48억7000만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올 6월부터 매거래마다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111㎡(8층)도 지난달 33억1000만원에 계약서를 새로 써 신고가를 경신했다. 직전신고가는 25억5000만원으로 2020년 12월 거래된 9층 매물이었다.

    압구정 '신현대(현대 9·11·12차)' 역시 올해 전용 183㎡(11차) 9층 매물이 지난달 64억원에 거래돼 직전신고가 63억원을 갈아치웠다. 같은달 '한양2차' 전용 147㎡(12층)는 53억원, 전용 175㎡(12층)는 54억원에 각각 거래돼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이전 최고가는 각각 44억7000만원·45억원이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시장에선 올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되는 등 재건축사업에 속도가 붙어 투자매입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압구정 일대는 지난달 신통기획이 확정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형아파트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강남에서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면적은 전용 135㎡ 초과로 전월대비 0.48% 상승했다. 같은기간 서울 전체 전용 135㎡초과 가격상승분은 전월대비 0.30%였다.

    '현대14차'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신통기획에 따른 재건축 호재 기대감으로 매수문의가 많은 편"이라면서도 "다만 호가가 적잖게 오른 탓에 거래량 증가 속도가 빠르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갭투자는 막혔지만 대형면적 경우 자본력이 있는 매수자들 수요가 높아 토허제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세가 크게 오른 것과 관련해 매물자체가 부족한 탓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압구정 일대는 10년 보유·5년 거주·1가구 1주택자만 매물을 팔 수 있다"며 "매물 희소성이 높아 대형뿐 아니라 중소형도 시세가 같이 오르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토허제에도 불구하고 신고가 경신·호가 상승이 이어져 '규제무용론' 비판도 나오지만 규제 탓에 상승폭이 적었다는 분석도 있다.

    압구정동 B공인 관계자는 "토허제 규제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이슈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반대로 말하면 규제 덕에 그나마 허들이 있어 가격이 덜 올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경우 전용 84㎡가 40억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는데 이런 신축은 이미 가격상승분이 다 포함됐다"며 "현재 압구정 일대는 10년안에 재건축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라 가격상승분이 더 크게 예상되는 부분을 기대하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경기 위축·고금리 지속 등 시장 불안요소가 산재한 상황에 안전자산이면서 희소성이 큰 대형단지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불안요소로 인한 수요증가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현재 서울 주택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가미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렬 교수는 압구정 대형면적 아파트를 안전자산으로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강남안에서도 선호도가 세분화되는 등 서울 부동산시장이 세분화되고 있어 안전자산으로서 기능이 상쇄되고 있다"며 "이미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국면을 통해 특정매물이 시장 불안요소에 대한 안전자산 개념으로 작용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압구정 지역은 일반적인 관점이 아닌 별개시장으로 판단해야 맞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압구정은 '그들만의 리그'로 볼 수 있는 한정된 프리미엄 시장"이라며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적인 위기가 오지 않는 이상 가격조정을 잘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허제로 묶여 있지만 압구정은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자산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경기변동을 헷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안전자산이라고 하기는 좀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