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임시 총회 개최… 류진 신임 회장 공식 추대윤리위 설치·윤리헌장 채택… “잘못된 고리 끊어낼 것”4대그룹, 회비 납부 등 실질 복귀엔 시간 걸릴 듯
  • ▲ 22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이뤄진 '제 39대 류진 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류진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22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이뤄진 '제 39대 류진 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류진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 윤리위원회를 신설해 단순한 준법감시의 차원을 넘어 높아진 국격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엄격한 윤리 기준을 세우겠다.” 

    새로운 전경련을 이끌게 된 류진 신임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55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어져 온 ‘정경유착’ 낙인을 지우고자 기관명을 바꾸고 경제계 자문 역할에 무게를 둔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변화하는 등 강도 높은 혁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특히 7년 만에 4대그룹이 복귀하면서 전경련이 재계 맏형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전경련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고, 새 회장으로 류진 풍산 회장을 추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지난 5월 18일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고, 기관명을 지난 55년간 사용한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꾼다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한경협은 1961년 전경련의 전신으로 설립된 경제단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는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이날 전경련은 기관명 변경 외에도 윤리위원회 설치를 정관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사무국과 회원사가 지켜야 할 윤리헌장을 채택하는 등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대적 방안을 발표했다. 

    윤리경영위워회는 앞으로 전경련 집행부와 사무국이 추진하려는 특정 사업이 회원사에 유무형의 외압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적정성을 심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위원 선정 등 윤리위원회 구성과 운영사항 등 시행세칙 마련은 추후에 확정할 계획이다.

    혁신의 일환으로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기관의 정체성도 전환한다. 재벌 등 대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 아닌 경제계를 대표하는 싱크탱크로서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국형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표방해 민간 주도 경제를 위한 정책 협력, 주요국 산업 전략 대응 등에 나설 예정이다.
  • ▲ 22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된 전경련 임시총회.ⓒ서성진 기자
    ▲ 22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개최된 전경련 임시총회.ⓒ서성진 기자
    이 같은 전경련의 대대적 혁신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계 맏형이자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라는 과거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신뢰받는 경제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뿌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것. 실제 이날 류진 회장도 몇 차례나 정경유착 등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경련은 과거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로 정부와 재계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각종 기금 갹출 등 전경련을 고리로 한 정경유착이 심화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폭발했고, 4대 그룹은 잇따라 전경련에서 탈퇴했다. 이후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에서 모든 행사에서 철저히 배제되면서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이후 전경련을 탈퇴했던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계열사가 7년 만에 한경협에 복귀, 합류하면서 ‘재계 맏형’ 위상 회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되면서 한경연 회원사로는 남아 있던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의 일부 계열사가 이날 한경협으로 회원 자격을 얻었다. 다만 삼성 계열사가운데 삼성증권은 회원사에서 빠진다. 7년 만의 4대 그룹 복귀다. 

    전경련으로서는 이번 4대 그룹의 합류를 통해 재계 맏형 복귀를 위한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다만 회비 납부와 회장단 참여 등 활동을 수반하는 실질적 의미의 가입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삼성을 제외한 SK·현대차·LG 등은 한경협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할 때까지 회비 납부 등은 보류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2월 정기총회 전까지는 환골탈태 수준으로 변화가 이뤄져야 4대 그룹도 실질적 복귀에 나설 것”이라면서 “전경련이 정경유착 재발이라는 우려를 잠재우고 표방한 조직 혁신, 쇄신을 이뤄낼수 있을지 위원회 인선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의 새 이름인 한경협은 정관개정에 대한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후부터 사용 가능하며 그 전까지 공식 명칭은 기존 전경련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