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분기만에 반락… 코로나 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 26.4%↓빈부격차는 줄어… 상위·하위 20% 소득격차 5.60→5.34배저소득층 소득 증가 아닌 고소득층 감소 영향… '하향평준화'
  • ▲ 물가 상승.ⓒ연합뉴스
    ▲ 물가 상승.ⓒ연합뉴스
    올해 2분기 고물가가 지속하면서 가구당 월평균 소득과 물가상승분을 고려한 실질소득이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정부 지원금이 사라지면서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줄어 빈부 격차는 지표상 개선됐다. 실질적으로는 '하향 평준화'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올해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0.8% 감소했다. 2009년 3분기(-1.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2분기만 떼어 비교하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폭 감소다.

    가구소득은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1년 2분기(-0.7%) 이후 7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올 1분기엔 4.7% 증가했다. 월평균 소득 감소는 지난해 지급된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보전금의 기저효과가 사라진 영향이 크다. 이전소득은 71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9.6% 줄었다. 친지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은 지난해 2분기보다 1.7% 증가한 반면 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은 5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6.4% 감소했다.

    고물가 영향에 실질소득 감소 폭은 더 컸다. 물가상승분을 고려한 2분기 가구당 실질소득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9% 줄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소비자물가가 4월 3.7%에서 6월 2.3%로 떨어져 실질소득이 반등할지 주목됐으나 소득이 줄면서 상승 전환하지 못했다.

    소득 유형별로 보면 근로소득은 302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4.9% 늘었다. 1분기(8.6%)보다 증가 폭은 줄었지만, 예상과 달리 나쁘지 않은 고용지표가 영향을 줬다. 사업소득은 92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원재룟값 인상, 고물가,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재산소득은 4만 원으로 21.8% 늘고, 경조소득·보험금 수령 등 비경상소득은 8만 원으로 12.5% 줄었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65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4.1% 늘었다. 소비지출은 269만1000원으로 2.7% 증가했다. 주거·수도·광열이 31만8000원으로 7.4%, 오락·문화가 20만1000원으로 14.0% 각각 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오락·문화 지출 중에선 국내·외여행 등 단체여행비가 235.0% 급증했다.

    다만 소비지출 증가 폭은 감소세를 보였다. 2021년 1분기(1.6%) 이후 가장 작았다. 물가수준을 반영한 2분기 실질 소비지출은 1년 전과 비교해 0.5% 감소했다. 2020년 4분기(-2.8%) 이후 10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비소비지출은 96만2000원으로 지난해보다 8.3% 증가했다. 금리인상 여파로 이자비용이 42.4% 늘면서 1분기(42.8%)에 이어 가파른 증가율을 보였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3만1000원이다. 지난해보다 2.8% 줄었다. 2006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14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8%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을 뜻하는 흑자율은 29.8%였다. 지난해보다 3.8%포인트(p) 떨어졌다.
  • ▲ 소득 격차.ⓒ연합뉴스
    ▲ 소득 격차.ⓒ연합뉴스
    소득 분위별로 보면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1만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0.7% 감소했다.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상위 20%)도 소득이 1년 전보다 1.8% 줄었다. 2분기에 모든 분위를 통틀어 5분위 소득 감소 폭이 가장 컸다. 5분위의 자영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고려하면 정부 지원금을 포함한 공적이전(-54.6%)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빈부 격차는 지표상으로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분위별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4배로 1년 전보다 0.26배p 내렸다. 이 지표는 실질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눠 1분위와 5분위를 비교한 것이다. 수치가 내리면 그만큼 소득격차가 좁혀졌다는 얘기다. 다만 2분기 빈부격차 감소는 1분위 소득 증가가 아닌 5분위의 소득 감소에 따른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분배지표가 나아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