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11번가 IPO 예정일 도래…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져FI 콜옵션 행사 가능성… 모회사 SK스퀘어 현금 턱없이 부족결국 해외 매각설까지 이어지는 중… 불확실성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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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번가
    11번가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오는 30일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상장 마감일을 불과 24일 앞두고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기업공개(IPO)에 나서기엔 상장예비심사 청구조차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모회사인 SK스퀘어가 11번가 매각에 나섰다는 말까지 나오는 중이다.

    하지만 매각주관사도 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문만 무성한 매각이 성사될지 여부도 불투명하기만 하다. 11번가 내부에서는 회사의 운명의 갈림길에서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오는 30일 도래하는 IPO 마감 시한을 두고 공식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지난 상반기까지는 “투자자들과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 나왔지만 이달 들어서는 그마저도 자취를 감췄다.

    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11번가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모회사 SK플래닛에서 분할하는 과정에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의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5년 내 상장을 약속한 바 있다. 이 기한은 이달 30일이다. 이때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FI는 보유지분을 거둬들이는 콜옵션(매수 청구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지난해 엔데믹 이후 유통업계의 기업가치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IPO로 FI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요원해졌다는 점이다. 2018년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조7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현재 거론되는 몸값은 1조원 안팎에 불과하다. FI의 최소 수익률은커녕 본전도 맞추기 힘들어진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컬리, 오아시스 등의 이커머스 기업들도 일제히 IPO를 취소하거나 보류한 바 있다.

    11번가가 지난해 8월 IPO를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 공동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음에도 구체적 상장을 추진하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FI가 콜옵션을 행사하기에 모회사 SK스퀘어의 현금성 자산은 상반기 말 기준 1132억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11번가가 상장기한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FI와 협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수 투자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며 동의를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들어 11번가 매각설이 나오는 것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11번가의 상황이 주효했다.

    결국 SK스퀘어는 큐텐, 알리바바 등 해외 이커머스와 매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국내 유통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M&A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면서 나온 궁여지책이다. 하지만 이 역시 몸값이 당초 FI가 기대했던 2조7000억원 이상이 될지는 미지수도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급격하게 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IPO를 통한 대박 기대감도 크게 낮아졌다”며 “장미빛 전망에 투자를 유치했던 이커머스 업계가 청구서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