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 40여명 발생하며 스톡옵션 줄줄이 취소행사가 30만원 스톡옵션… 상장 몸값 3조원 넘어야 이익주식 액면분할 하며 IPO 준비… 작년 적자 확대는 부담
  • 11번가 임직원들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기업공개(IPO)에 따른 막대한 차익은 고사하고 자칫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11번가의 스톡옵션 행사가는 1주당 30만~31만원으로 부여됐는데, 이는 시가총액 기준 3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11번가의 상장예비심사 일정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 이상의 평가를 받게 될지도 불안한 상황이다.

    24일 11번가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정정공시를 통해 기존 발행됐던 스톡옵션의 물량을 일부 취소했다. 지난 2021년 6월에 부여된 15만9110주 중 5만959주가 취소됐으며, 지난해 3월 발행된 2만956주 중 2440주가 취소됐다. 지난해 12월 부여된 스톡옵션 2만957주 중에서도 645주가 취소됐다.

    스톡옵션이 이처럼 취소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임직원의 퇴사다. 통상 스톡옵션은 부여 이후 행사시점에 기간 제한을 두는데, 지난 2021년 이후 40여명의 임직원이 11번가를 떠나면서 스톡옵션 물량 일부가 최소된 것이다. 

    이직이 비교적 잦은 이커머스 업계의 특성을 고려해도 이정도 규모의 퇴사는 스톡옵션이 11번가 임직원의 장기근속을 위한 고려대상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높은 행사가가 꼽힌다. 11번가는 2021년 부여한 스톡옵션의 행사가를 30만원으로, 지난해 부여한 스톡옵션의 행사가를 31만원으로 각각 정했다. 하영일·안정은 11번가 각자대표도 지난해 12월 각각 1만주와 6267주의 스톡옵션을 부과 받은 바 있다. 행사가는 모두 30만원.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행사를 위해서는 11번가 1주가 행사가 이상 거래돼야만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구조다.

    이 경우 11번가가 상장 후 시가총액이 3조1800억원을 넘어야만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 11번가의 몸값은 스톡옵션이 처음 부여되던 2021년만 해도 4조~5조원 수준으로 거론 돼 왔다. 쿠팡이 미국에 상장된 직후 시총 100조원을 달성했던 것을 고려하면 더 높아지리라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증시 한파다. 신규 상장사에 대한 흥행기대가 꺾이면서 IPO를 추진해온 컬리, 오아시스 등의 이커머스 사업자들도 연이어 상장 철회했을 정도. 지난해부터 상장 준비를 예고했던 11번가 역시 현재까지 구체적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11번가의 경우 재무적투자자와 약속한 연내 상장을 추진해야한다는 조건이 있는 만큼 연내 추진이 유력하다. 실제 11번가 내부적으로 상장 준비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한 주식을 5개로 나누는 액면분할을 시행했는데, 통상 주식의 액면분할은 상장 이전에 유통주식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진행된다. 

    다만 상장을 강행한다 해도 기대만한 몸값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11번가는 지난해 매출 789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신장했지만 영업손실은 1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두 배 확대됐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을 비롯해 SSG닷컴, 롯데온이 저마다 적자를 줄여가는 와중에 11번가의 적자는 오히려 확대된 셈이다.

    11번가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장을 위한 구체적 일정은 확정된 바 없다”며 “올해 신규 서비스인 신선식품 관련 버티컬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올해도 몸값을 높여가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