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탑재된 7나노 칩에 美 '화들짝'… 구형 DUV 활용마지노선 7나노 성공했지만… 수율 50%, '기술력 과시 차원' 해석5나노 이하 'EUV' 필수… 천문학 금액 투자해도 자립 사실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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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화웨이가 신형 스마트폰에 7나노미터(nm) 미세공정 칩을 탑재하며 미국 정부를 비롯해 반도체업계에 충격을 준 가운데 7나노가 중국이 만들 수 있는 미세공정 마지노선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가 새롭게 내놓은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자체 개발한 7나노급 반도체가 탑재되며 미국 제재에도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공개된 중국의 7나노칩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의 2세대 제품으로 알려졌다. SMIC는 공정 과정에 미국산 설비를 사용하고 있지만 지난 2019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화웨이에 대한 미국 장비 수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최신 장비는 공급받지 못한 상태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규제를 어기고 미국 장비를 들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반도체업계에선 SMIC가 미국 최신 장비를 직접 도입했을 가능성보다는 장비에 핵심이 되는 기술이나 지적재산권(IP) 등을 활용해 자체 장비 개조 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동시에 이 같은 방식으로 중국 내 남아있는 구형 반도체 장비와 외부에서 몰래 들여온 기술과 IP를 동원해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도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상황을 더이상 묵과하긴 힘들어졌다. 미국 정부도 이와 관련해 보다 강도 높은 기술 수출 중단까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지금처럼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압박을 하는 상황에선 중국이 생산할 수 있는 미세공정 반도체의 마지노선이 7나노가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7나노까지는 비교적 구형에 해당하는 심자외선(DUV) 장비로 제작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수율 등에선 한계가 명확하고 초미세공정에 들어서는 5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9년 미국의 제재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기업 ASML와의 거래 마저 막힌 현실이다. EUV는 7나노 이하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 위에 보다 세밀하게 새기는 장비로, 파장이 짧은 첨단 칩 생산에 없어서는 안될 장비다.

    다만 과거 대만 TSMC가 EUV 없이 5나노 제조에 도전하기도 했는데, 중국도 이 같은 사례를 들어 EUV 없이 초미세공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DUV 장비로 여러차례 미세 회로를 새겨 최대한 EUV 효과를 내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런 공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비용이 더 들고 그만큼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TSMC가 DUV로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 도전했다가도 결국 EUV를 도입했고 현재는 가장 많은 EUV 장비를 도입한 회사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이 이번에 선보인 7나노 칩도 생산성 측면은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가 많다. 반도체업계에선 SMIC의 7나노 수율이 50% 미만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데, 보통 60~70% 가량의 수율을 확보해야만 제대로 된 양산이 가능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이 미국의 강경한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체 기술로 충분히 미세공정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7나노 칩 기술 과시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해선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자립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미국의 추가적인 규제나 도발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처럼 7나노 공정 개발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선 데는 자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중국은 초대형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특히 장비산업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할 예정인데,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기술력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에선 중국이 시도하고 있는 반도체 완전 자립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장비나 설계 분야를 점령한 미국이 대만이나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세계 각 국과 동맹관계를 구축하려는 이유도 반도체 산업이 어느 한 국가나 기업의 기술력으로 완성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동시에 미국이 중국에 각가지 규제를 들이미는 것 또한 이런 반도체 공급망에서 완전히 소외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도 엿볼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압박으로 중국이 어쩔 수 없이 반도체 자립을 꿈꾸고 있는 상황이지만 반도체 산업의 특성 상 어느 한 국가가 소재, 장비, 공정기술, 생산기술 모든 것을 갖추기는 불가능"이라며 "미국에 대립하며 자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게 되면 상대적으로 다른 산업이나 분야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