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중도금대출 보증 80%→90% 이례적 상향민관합동 PF조정위원회 10년만 재운영 시동근본적 문제 접근않은 반쪽짜리 대책 지적도
  •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을 상향하고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방지를 위해 '민관합동 PF 조정위원회'를 수년만에 재가동했지만 여론은 썩 좋지만 않다. 

    시중은행은 여전히 HUG에서 보증한 사업장만 PF대출을 취급하고 있고 조정위 역시 소송중인 사업장이나 단순민원, 타법조정 사업장은 제외해 '반쪽짜리'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와 HUG에 따르면 HUG는 이달 1일이후 집단취급승인을 신청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택구입자금보증 보증비율을 기존 80%에서 대출금액의 90%로 조정했다. HUG가 중도금대출 보증비율을 상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은행 등 금융기관 PF대출 관련 미회수 위험이 완화 돼 까다롭던 집단대출 심사도 어느 정도 유연성 있게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별도로 국토부는 PF 부실화 방지를 위해 약 10년만에 민관합동 조정위를 재소집했다. 조정위는 2008년 금융위기이후 부동산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12~2013년 운영된 적 있다. 

    앞으로 조정위는 △공사비증가 △미분양 △금리인상 등 PF대출여건이 어려워짐에 따라 사업계획 및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에 대한 건설사 애로사항을 지원할 방침이다.

    부동산PF는 크게 '브릿지론'과 '본PF'로 나뉜다. 이중 PF대출 뇌관으로 지목되는 것이 초기개발자금인 브릿지론이다. 대부분 시행사들은 브릿지론을 2금융권에서 빌려쓰곤 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23개 증권사가 보유한 PF 익스포저(대출+보증 등 우발채무) 22조2000억원중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7조8000억원 규모로 이중 5조원가량이 브릿지론으로 집계됐다. 2금융권까지 합치면 약 10조원에 육박한다.

    사업장마다 상이하지만 브릿지론은 통상 만기가 짧다. 대부분 6개월에서 1년씩 만기연장이 이뤄진다. 이중 대부분은 본PF로 전환하지 못해 '좀비사업장'이 되고는 한다. 

    전국 주택인·허가 및 착공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국토부가 지난달 발표한 '7월 주택동향'을 보면 누적 주택 인허가실적은 전국 20만7278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29.9% 감소했다. 실제 착공실적 역시 전국 10만2299건으로 지난해보다 54.1% 줄어들었다.
  • ▲ 서울의 한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허들이 높은 보증지원 조건도 반쪽짜리 방안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건설사 유동성 지원을 목적으로 HUG를 통해 5조원 규모 미분양사업장에 대한 PF보증을 신설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10%이상 분양가할인 △상위 30~50위이내 대형건설사 연대보증 등 조건이 붙어 건설사들의 이용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대형건설A사 관계자는 "디벨로퍼의 가장 큰 리스크와 문제점은 브릿지론을 거의 무한 연장하는 것"이라며 "본PF로 넘어가는 허들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사업지 철거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식으로 전환이 빨라질 수 있는 방안이 들어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B사 관계자는 "보증을 지원할 수 있는 전체 파이가 정해져 있는데 'PF부실 해결'이라는 키워드에만 꽂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각 사업장 성격과 상황에 따라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사업장 경우 소규모 사업장보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오히려 전체를 챙기려다 위험도가 낮은 곳까지 영향을 줘서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정위는 조정신청 사업대상에 소송중인 사항과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경우 등을 제외해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건설B사 관계자는 "소송이나 분쟁조정위처럼 이슈가 있는 곳에 대한 조정이 가장 필요할 텐데 그런 부분을 제외한다는게 아쉽다"며 "어떻게 발을 좀 빼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도시정비사업장 같은 경우 공사비 이슈 관련한 분쟁이 많은데 서울시가 전문가로 구성된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중재에 나서고 있다"며 "최소한 이와 비슷한 차원의 적극적인 분쟁해결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