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조사 신제품 출시 봇물…8월부터 판매량 이례적 반등애국소비 맞물려 중국 브랜드 선호…고가격 제품 쏠림 현상까지중국폰 메모리 책임지는 SK하이닉스에 '단비'…하반기 실적 개선에 힘 실어
  • ▲ 화웨이 '메이트60 프로' 제품 이미지 ⓒ화웨이
    ▲ 화웨이 '메이트60 프로' 제품 이미지 ⓒ화웨이
    미국과 중국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대립각을 높이면서 중국에서 이른바 '애국소비' 열풍이 불고 있다. 경제성장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도 스마트폰 판매량이 치솟으면서 중국 스마트폰에 메모리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조용히 미소짓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회복세로 돌아선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 8월 급성장을 시작하며 주목받고 있다. 중국 브랜드인 오포와 비보에 이어 아너(Honor), 원플러스, 화웨이 등이 2분기 들어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시장을 주도한 덕분으로 해석된다.

    지난 1분기에 회복 조짐을 나타내면서 시장조사업체들도 일제히 올 2분기부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국이 1분기에도 예상치를 뛰어넘는 GDP를 기록하면서 소매판매도 5.8% 가량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해 2분기엔 시장이 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가계 수요가 2분기부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뚫고 자체 개발에 성공한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 신제품 '메이트60 프로'를 공개하면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더 달아올랐다. 일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미국에 대항해 자체 기술 개발에 성공한 화웨이 제품을 일부러라도 구매하자는 '애국소비' 바람이 시작됐다.

    중국에선 이미 애플의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굳힌 상태다. 지난 1분기 기준 아이폰 점유율은 19.9%이고 그 뒤를 오포(18.3%)와 비보(17.7%), 아너(14.6%) 등이 뒤따르는 형국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애플 아이폰 점유율이 22%가 넘었을 정도였지만 올들어 중국 브랜드들이 점유율을 상당부분 높인 상황이다.

    다만 이처럼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급증 현상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다수다. 아직 중국 경제성장 전망치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다 올 1월에도 이례적으로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증하며 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컸었는데 이후 다시 저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는데 주목한다. 실제로 지난 1월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2766만 대를 기록해 업계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일시적인 반등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어쨋든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기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면서 애를 먹었던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도 다시 반등 기미를 나타낸 중국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에 반색하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에 메모리를 주로 공급했던 SK하이닉스가 이를 계기로 하반기 실적 회복에 상당부분 도움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 플래시 모두 중국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중국에서 제품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하고 있던 이유도 주요 고객사들이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다운턴과 맞물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저조했던 이유 중 하나로 중국 IT 시장이 침체였다는 점이 꼽힐 정도로 SK하이닉스에게 중국시장은 중요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들이 득세하면서 SK하이닉스도 고객사들에 메모리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 입어 SK하이닉스가 당장 3분기부터 실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직전 분기 대비 1조 원 가량 줄인 1조 8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분기엔 2조 8821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 4분기부턴 손실규모가 1조 원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도 거론된다. 메모리업계 전반에서 진행 중인 감산 효과로 하반기 들어 메모리 가격상승 분위기가 형성된데 더불어 스마트폰과 PC시장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강력한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들어 공급단에서는 감산효과가 본격화되고 수요단에서는 AI 모델 투자로 인한 수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서버 시장 외에도 스마트폰과 PC에서 8월 들어 예상 외의 수요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4분기에는 적자폭이 큰 폭으로 축소되고 내년 1분기에는 SK하이닉스 전사 차원의 흑자 전환도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