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북부 숙원사업 '서부선' 민간투자심의위 통과 불발자잿값 인상에 직격탄…'신분당선 연장' 무산 이어 겹악재온라인 커뮤니티 불만글 잇따라…주변 부동산 시장도 냉기
  • 기약없이 미뤄지는 경전철사업이 지역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개발호재를 기대하고 웃돈을 얹어 아파트를 매수했던 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사업지연과 부동산 경기침체가 맞물려 주변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데다 호재 관련 기대감마저 떨어져 집값이 반등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분당선 연장에 이어 서부선 착공까지 미뤄지면서 서울 서대문·은평구 일대 부동산시장에 한기가 돌고 있다.

    잇따른 사업지연에 부동산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선 '서북부 홀대론'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날 기획재정부는 제4회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열고 서부선·위례신사선사업 공사비 산정방식을 개선한뒤 추후 재상정하기로 했다.

    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조정안을 두고 기재부와 서울시간 의견차가 민간투자심의위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의위는 △준공시점까지 총사업비가 확정되지 않는 점 △총사업비에 반영하는 자잿값 상승분 산정기간이 지나치게 긴 점 등을 지적하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부선은 수도권지하철 6호선 새절역부터 신촌, 여의도를 지나 2호선 서울대입구역까지 연결되는 15.6㎞ 길이 경전철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공사비는 1조6191억원 규모다.

    2000년대초부터 추진되기 시작한 서북부 대표 숙원사업중 하나로 2008년과 2015년에 수립된 '1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도 포함돼 사업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17년 두산건설 컨소시엄이 민자사업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윤곽이 그려졌고 2020년엔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2021년엔 사업을 제안했던 두산건설 컨소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 당초 2023년까지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착공에 들어가 2028년 개통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번 민간투자심의위 통과 불발로 구체적인 준공시기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여러 건설사업중에서도 특히 경전철 등 철도사업은 궤도와 정거장 조성 등에 상당한 양의 자재가 사용돼 원자잿값 인상에 대한 민감도가 높을수밖에 없다"며 "예상보다 자잿값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적정공사비와 수익성 등을 둘러싼 기재부와 지자체, 사업주체간 의견차가 커졌고 그로 인한 사업리스크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순항하는듯 했던 경전철사업에 제동이 걸리자 서울 서북부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또다른 숙원사업인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 추진이 무산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서부선 착공까지 안갯속에 빠지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하는 분위기다.

    은평구 응암동에 거주하는 박모씨(61)는 "은평구는 서울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중 하나인데 지역발전을 위한 개발사업마저 홀대를 받고 있다"며 "사업추진후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설계조차 못하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강남은 잘도 개발하면서 왜 차별하나', '희망고문만 하다 끝날 것 같다' 등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인근 부동산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부선 수혜단지로 꼽히는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 매물은 사업에 탄력이 붙었던 2021년 하반기 14억5000만원(18층)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0억원대초반으로 내려앉았다. 2년새 집값이 4억원이상 빠진 셈이다.

    단지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경전철에 대한 기대감도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라며 "'가재울 뉴타운' 등 수혜 예상단지 경우 사업이 지연되고 집값반등도 미미하자 호가를 몇천만원 낮춘 급매로 실망매물이 나오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